전선이 사라진다는 것
전선이 사라진다는 것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06.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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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는 유머가 하나 있다. 예전에 미국과 일본,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업적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학자가 먼저 나와 사진을 보여주며 “열심히 땅을 파보니 구석기 시대 층에서 구리선이 나왔습니다”라며 “이를 근거로 우리 선조들이 구석기시대에 전화를 사용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다음에 나온 일본학자도 “우리도 열심히 땅을 파보니 신석기 시대 층에서 유리가 나왔습니다”라며 “신석기 시대에  광케이블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학자는 고민에 빠졌다. 땅을 열심히 파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표순서가 되자 한국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심히 파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라며 당당하게 “아무래도 우리 선조들은 먼 옛날부터 휴대폰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최근 전기연구원의 한 연구팀이 유력 국제 학술대회에서 무선전력전송 기술에 관한 논문으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최우수논문상을 탄 것도 자랑스럽지만 사실 이 정도의 논의가 오갈 정도로 무선전력전송기술이 진보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10MW 전력을 수백km 전송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니 이 기술이 먼 미래의 일도 아니라고 예상된다. 한번 상상해보라. 전선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활을 얼마나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아마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 송수신’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무선인터넷을 쓰듯 집안에 전력송수신기를 두면 가전기기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부피를 차지하는 변전소나 송전탑도 사라질지 모른다. 연구자들은 장거리 송수신으로 우주 태양광 사업도 상상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 달 표면 빽빽히 태양광 단지가 조성되는 것은 아닐까?

비록 아직은 먼 미래의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무선전력전송기술에 정부가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력계통이 고립돼 주변국과의 전력 수출입이 어렵고 발전은 남부에서 소비는 수도권에 하기 때문에 전력의 장거리 송수신이 필요한 나라에서 이보다 더 좋은 대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우리가 무선전력전송기술을 비롯해 이런 미래 신기술을 다른 나라보다 투자하고 지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이 비록 우리 후손들이 땅을 파도 우리의 발자취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도, 진정 그때 후손들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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