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현충일땐 우리 모두 참전용사?
2030년 현충일땐 우리 모두 참전용사?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1.06.07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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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미국의 5월 31일은 현충일이었다. 워싱턴 DC 전 지역에서 기념식과 퍼레이드, 음악회 등이 열렸다.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비석마다 미국 국기가 꽂혔다. 현충일 하루 전날에는 40만명의 참전 용사들이 모터 사이클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워싱턴으로 들어갔다.

현충일에 블로거이며 저명한 기후학자이기도 한 죠지 롬은 “2030년 현충일에는 우리 모두가 참전 용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후 변화에 대하여) 이대로 계속 간다면”이라고 그의 블로그에 썼다. 그의 블로그 ‘크라이밋 프로그레스’는 타임지가 선정한 25개의 영향력 있는 블로그에 선정되었고 타임지는 그를 ‘환경문제의 영웅’으로 선정했다.

환경 단체들과 기후 학자들 그리고 청정에너지 투자가들과 사업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해 리더십이 약하다는 점에 관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롬은 오바마 행정부가 작년에 지구를 기후변화에서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한다.

자구온난화와 연관해서 학자들이 서로 동의하는 티핑포인트는 대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50ppm 선이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기후학자 한센 박사는 자신이 450ppm으로 너무 높게 잡은 것을 인정하고, 지구의 이상적인 상태는 350ppm 이라고 한다. 죠지 롬은 작년에 회복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지구는 현재 450ppm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는 세기말에 800ppm 내지 1000 ppm 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 2주일 전에 11명의 퇴역 장성과 제독들이 정부와 국방부에 보내는 조언을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제안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안보 문제를 국가의 주 안보 및 국방 전략에 통합되어 수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전 세계의 안정과 안보가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기후변화의 진행을 막기 위한 좀 더 강한 국내외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제 간 파트너쉽을 강화해서, 가난한 나라가 기후변화에 더 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죠지 롬은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황사현상, 해수면 증가, 해양오염”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기후변화에 기인한 전쟁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는 한달에 600만명씩 증가한다. 이는 영국 인구의 일년 증가 수치보다 크다. 203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80억이 될 것이다.

80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식량 생산양이 50%가 더 증가되어야 한다. 1인당 물 사용량이 30% 이상 더 커진다. 에너지 사용량도 50% 늘어야 한다. 이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이다. 중국이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지만 물은 1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은 신장(Xinjiang)에 빙하의 해빙으로 생긴 물의 저수지를 59개나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빙하로 저장되는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사라진다는 얘기이다.

물의 문제는 식량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농사를 위하여 물이 더 많이 필요하다. 영국정부의 수석 과학자 죤 베딩톤 교수는 한 학회에서 한 해에 식량값이 300%, 쌀값이 400% 오른 것을 보았고 가난한 나라에서는 식량으로 인하여 민중 봉기가 무수히 일어나지만 WFP(세계식량프로그램)의 창고가 비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발표했다.

바다의 산성화는 식량문제를 더욱 더 위협한다. 화려한 색갈의 산호초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단백질을 생산해 내는 텃밭이다. 산호초에서 시작하는 플랑크톤이 먹이 사슬을 통하여 먹이 사슬의 끝에 있는 인간의 식탁에 생선이 되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바다의 산성화로 인한 산호초의 탈색현상은 벌써 시작되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해양에서 죽음의 지역이 확산되어 가고 있고, 사막화로 인한 황사 현상은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수십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소말리아의 분쟁이 극명하게 보여 주듯이 기후로 야기된 문제로 한나라의 정부가 넘어지고 테러리스트이 정부를 장악하게 된다. 전쟁을 피해 이주하는 난민들은 선진국의 국경선을 넘어 올 것이다.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선진국간 갈등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기후는 역사 속에서 인류의 문명을 발생하게도 했고 멸망하게도 했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군의 장성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를 이렇게 비유한다. 2차세계 대전과 같은 규모의 전쟁을, 2차 세계대전에 대응하는 것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현 인류문명은 2030년까지 90억의 인구를 먹일 식량과 물과 에너지를 준비할 수 있을까? 과연 450ppm 혹은 그 이상으로 치닫는, 지구온난화로 일어나는 극심한 재난에 대처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한 준비를 오늘 우리가 하지 못하면 죠지 롬의 말대로 2030년에는 전쟁이 일상이 되는 그런 시대가 되어 우리 모두가 참전 용사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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