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2015년 그린사업서 매출 15% 달성
김권태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2015년 그린사업서 매출 15% 달성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1.05.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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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태 부사장
“중국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위협’은 서로가 비슷한 수준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중국은 선두그룹으로 가버렸고,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 2, 3년 전 우리 앞의 중국이 손 내밀면 잡을 수 있는 정도의 격차였다면, 이젠 아득해져 잘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다. 중국이 기술력 1등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사업에서 1등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지고 있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에도 중국이 영원할까?

현재 우리 태양광 제품과 중국 제품의 가격 차이는 10~20% 정도다. 중국이 기가와트급 증설을 지속할수록 투자비는 비슷한데 ‘규모의 경제’ 효과는 체감하는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다음은 물가상승률, 임금인상률이다. 만약 위안화 절상이 20% 정도만 이뤄져도 우리와 물가가 같아진다. 제품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태양광시장의 관건은 ‘고효율’ 제품이다. 전체 시스템 가격에서 모듈보다 BOS(Balance of System) 비용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효율 제품 생산이 가능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은 1994년부터 17년간 운영해 온 조선, 해양, 엔진, 플랜트,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등 6개 본부 체제에서 태양광, 풍력 사업을 위한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 7개 본부가 됐다.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와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김권태 부사장은 “지금은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2~3년 안에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적정한 생산규모와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설비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기술 진보나 표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그 속에서 현대중공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울산 본사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김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대기업 가운데 가장 앞선 행보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 같다.
-태양광의 경우 2005년 초에 국내 최초로 선진 태양광시장인 유럽에 모듈을 수출하는 등 꾸준히 성장해왔다. 수출을 원활히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우리 모듈을 공급하려면 주요 은행들의 ‘뱅커블 화이트 리스트(Bankable White List)’에 등재돼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모듈이 도이치뱅크, 유니크레딧 등 세계적인 은행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덕분에 2007년 스페인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독일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모듈을 공급할 수 있었고, 최근까지 주요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해 2010년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업체로는 가장 큰 규모인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설비를 각각 600MW씩 보유하고 있고, ‘시장상황에 따라서’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지속적인 설비 확장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풍력 부문은 지난 2009년에 연산 600MW 규모의 풍력발전공장을 군산에 설립하고,  2.0~5.5MW급 육·해상 풍력발전기까지 생산품목과 용량을 다양화하고 있다. 오는 2013년까지 연간 800MW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국내 80MW, 2012년에는 약 200MW 용량의 터빈 공급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말 강원도에 자체기술로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해상 구조물 설치에 대한 기술역량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5.5MW 해상 풍력발전기를 내년 말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주한 1.65MW 터빈 설치를 완료한 것을 비롯해 2.0MW 터빈의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 풍력발전의 본고장인 핀란드에서도 16MW 규모의 터빈을 수주, 올해 말 설치를 앞두고 있다. 오는 6월 중순에는 중국 위해시에 600MW 규모 풍력 터빈조립공장도 준공해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올해 그린에너지사업본부의 사업 목표는.
-고유 모델 확대, 신제품 개발, 해외 현지 영업 인프라 구축, 미주와 유럽 등 주요 시장 별 생산거점과 실증 단지 건설을 통한 실적 확보로 수주 기반을 확충해 2015년까지 태양광 분야는 세계 5위권 진입, 풍력 부문은 세계 10대 메이커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그린에너지사업 부문 예상 매출목표는 11억 달러로 현대중공업 전체의 4.4% 수준이지만 2015년까지는 15% 이상으로 끌어 올릴 것이다. 

결정질과 박막형 사업 진출, 수직계열화 등 태양광사업에서 현대중공업만의 사업전략은.
-태양광산업은 태양광 전기를 최종 제품으로 하는 에너지산업의 하나다. 전기라는 일상용품을 판매하는 것인데 품질기준을 통과한 이상 와트당, 발전전력당 비용이라는 단순한 구매기준이 적용된다. 시장가에 맞춘 판매가 정책과 높은 IRR(내부수익율)이 보증되는 시스템 비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본질적인 명제다.

우리는 폴리실리콘부터 시스템, 그리고 발전소 운영까지 전 사업영역에서 사업역량을 강화해서 범위의 경제효과가 나타나게 하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수준인 기가와트 규모의 설비를 확보하려고 한다. 또한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상품화해서 신규 시장을 리딩해 나갈 것이다.
최근 태양광 사업경험이 풍부해진 고객들이 국내에서 유럽이나 미주로 모듈 해상운송에 소요되는 30~45일의 기간 동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줄이려고 현지 공장 설립이나 창고 운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것이 증가하는 무역장벽을 넘어서는 주요 대책이 될 것이다.

세계 풍력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현대중공업의 필승전략은.
-현대중공업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미 수십년 동안 조선, 엔진,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신뢰를 쌓아왔고, 발전시스템 제조와 설치 시공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축적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에 글로벌 기술연구센터를 세우고 급성장하는 중국시장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스마트그리드, 해상풍력 등 글로벌 전략상품을 개발 중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기에 사용되는 해상구조물은 해양사업부에서 해상구조물 제작 및 설치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선박제작, 대형구조물 제작, 해양플랜트 기술과 풍력발전의 기술적 연관성이 매우 높고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경쟁력이 높다. 지난 10년간 조선 산업과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풍력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기까지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브랜드를 잘 활용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리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는가.
-태양광산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우리나라에 착실히 갖춰지고, 정부가 태양광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이나 일본이 산업 초기에 만들어진 지원정책을 큰 변화 없이 목표 달성 시기까지 유지시키고 예측 가능한 수준의 변경을 통해 산업발전을 이끈 점은 우리 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태양광 수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 즉 수출보증보험의 확대나 투자자금 지원, 그리고 제품화될 수 있는 기술개발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면 경제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국내산업의 흐름에 발맞춘 제도의 정비도 중요하다. 우리가 내년부터 생산하려고 건설 중인 CIGS 박막공장에서 모듈을 생산해도 지금 제도로는 국내 판매용 인증을 해 줄 법령이나 시험기관이 없다. 국내 생산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산업보호와 CdTe 같은 독성물질로 만든 모듈의 수입을 억제한다는 명분 때문이었지만 이제 국내기업이 생산을 시작하려는 마당에 개정이나 신규 제정이 늦어서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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