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지션 23’에 분명한 “NO”
‘프로포지션 23’에 분명한 “NO”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1.05.0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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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누구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선거는 드라마다. 드라마에서는 이지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굴곡과 선택으로 주인공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는 듯도 보인다. 근간에는 대중매체와 개인 간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적시적기에 사용하여 대중 심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유도해 가는가에 선거의 결과가 좌우되는 듯도 보인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결정적인 선택의 시간에 감정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필자가 정기적으로 가는 피트니스클럽에는 조깅을 할 수 있는 트레이드밀 여러 개가 벽 앞에 늘어서 있다. 벽에는 대형 TV가 부착되어 있다. 필자는 조깅하는 동안 뉴스를 보기 위해 언제나 CNN 채널이 있는 기계를 선택한다. CNN 바로 옆에는 FOX 뉴스 채널이 있다. FOX 뉴스는 공화당과 석유 재벌의 재정지원을 받는 방송국으로 편향적이거나 근거 없는 뉴스로 악명이 높다.

그날은 양쪽 채널 다 부동산 왕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선언을 하는 기자 회견을 방송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통령 출마 선언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흠집으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의 하와이주 출생신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먼저 들었다. 오바마대통령의 출생에 대한 문제는 그의 선거캠페인부터 줄곧 끊이지 않고 공화당에서 제기하는 문제이다.

트럼프는 또한 오바마가 다닌 대학은 엉터리 대학이었고 그 학교에서도 그는 아주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는데 하버드대학에 어떻게 갔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다 할 근거 제시는 하지 않고 있다. 근거인 듯 시사하는 CNN이 한 조사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트럼프의 기자회견동안 밑의 작은 화면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에서의 기자 회견을 예고하고 있었다. 얼마 후 트럼프의 인터뷰는 사라지고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주 화면으로 변했다. 환한 얼굴로 가볍게 뛰어 나온 대통령은 간단하게 자신의 출생장소와 시간을 말했다. 그리고 보통 이런 문제는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나 긴축 재정과 예산 동의안의 결렬로 국가적 사활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출생문제로 국가 에너지의 분산이 되지 않고 정말 중요한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리고 그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곧 총총히 사라졌다. 화면에는 백악관에서 제시한 하와이 주 이민국에서 제시한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출생신고서가 CNN에서는 화면 전체에 커다랗게, FOX 뉴스에서는 반쪽으로 비추고 있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양쪽 채널에서 분석이 궁금했다. FOX 뉴스는 계속해서 트럼프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었다. CNN의 앵커는 “오바마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누구나 곧 그가 얼마나 지적인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하버드의 학생시절 하버드 리뷰의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지적 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앵커는 CNN은 트럼프가 언급한 그런 조사를 하지 않았음을 밝힌다고 말하고 있었다.

선거철이 되면 FOX 뉴스에서는 상대 후보를 향한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석유재벌의 막강한 돈들이 어디에서나 언제나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데 성공하는 듯이 보이나 작년 11월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공화당의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프로포지션 23’을 입안하여 경쟁상대인 현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바바라 박서에 대응했다. ‘프로포지션 23’은 채택되면 기후법 ‘AB32’를 무효화하게 된다.

이 법의 뒤에는 석유업계가 천만 달러 이상, 석탄업계가 3만5000불 그외 82만 달러의 재정 지원이 있다고 책임정치를 지양하는 웹사이트 ‘공개된 비밀(OpenSecrets.org)’에서 밝히고 있다. ‘AB32’는 2006년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서명한 것으로 2020년까지 캘리포니아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30%)의 감축을 목표로 하는 청정에너지 정책이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프로포지션 23’에 “No”라고 답하면서 청정 환경을 향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61% 대 39%로 20%나 차이가 났다. 당연히 청정에너지의 강한 정책을 펴온 박서 의원이 52대 42로 이겼다. 뿐만 아니라 ‘AB32’를 1년간 지연하겠다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 메그 휘트맨은 청정에너지의 강한 주창자인 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을 주지사에게 패배했다. 휘트맨 후보는 1억6000만불을 선거에 쏟아 부었지만 브라운에게 100만표나 되는 차이로 패한 것이다.

작년 11월 3일자 L.A.타임즈는 ‘프로포지션 23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과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더러운 석유 자본이 투입된 프로포지션 23에 분명한 “NO”로 대응한 것은 주민투표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 최대의 환경 운동의 쾌거로 해석했다.

신문은 프로포지션 23을 무효화하기 위하여 3200명의 자원봉사자가 280만의 전화 통화와 340만의 문자메시지 3800만의 캠퍼스 학생들에게 연락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48만명의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의 선택은 경제위기로 주재정이 휘청거리고 예산 감축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때 더 깊은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운동이 다른 주로 확산될 것이며 연방 정부의 정치권과 환경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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