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영웅론
원전 영웅론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05.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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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영화 데어데블맨의 주인공 매트머독은 어린시절 방사능 폐기물에 노출돼 시력을 잃게 됐으나 다른 감각기관들은 초인적으로 발달한다. 그는 초인적인 능력을 이용해 악당을 처벌하는 영웅이 된다.

하지만 방사능 노출의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은 알다시피 극히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방사능을 발생시키는 핵은 철저하게 외부세계와 격리돼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핵은 잘하면 인간에게 큰 보탬이 되는 ‘영웅’이기도 하지만 다루기 불가능한 ‘악당’이 될 수 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들은 국내원전의 안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는 원전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원전의 안전성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설계와 안전장치 등 다양한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데 초점을 맞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원전이 안전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원전은 군사적·산업적 측면에서 일반 시민에게 완전히 공개할 수 없는 시설이다. 핵에 관한 정보 역시 고도의 지식체계를 가진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핵 자체는 그 쓰임에 따라 엄청난 위력을 드러내는 물질이다. 태생적으로 핵과 원전은 완전 공개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시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말만 믿으라는 것이냐?”

하지만 시민들은 정부와 전문가의 말만 믿고 앉아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시민들이 원전강국이자, 원전안전에 관해 세계적인 기술력과 전문가를 보유한 일본조차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원전사고를 경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런 시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직접 다가가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전사고와 관련해 관심이 있는 것은 ‘원전사고가 과연 일어날까?’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원전사고로부터 국민 개개인이 안전할 수 있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내원전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과 홍보뿐만 아니라 실제 원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하는 지도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필요하다면 반드시 교육도 해야한다.

이런 실제적인 움직임 없이 말만 허공을 때리는 원전 안전 홍보는 파리도 잡지 못한다. ‘절대안전’은 없다는 것이 후쿠시마 원전의 교훈이라면 정부와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움직임 그 자체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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