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도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도 신재생에너지?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1.04.18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남수정 기자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 결과 한국을 방문해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행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 미안합니다. 우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1 국제 그린에너지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각각 미국과 독일에서 온 이메일의 일부다.

일본의 지진해일에 따른 원전사고 여파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미 컨퍼런스 프로그램 홍보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행사가 임박한 때여서 이들의 공백을 메워줄 국내 연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 ‘정작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잘 지내고 있는데 너무 민감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행사 기간 동안 내린 ‘방사능 비’로 원망하던 마음은 ‘그래, 외국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하는 마음으로 변했다. 

편서풍 때문에 한반도에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오기 어렵다고 했던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마당에 ‘방사능 비’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정부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쉽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원전 문제 대응과 정책을 두고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이 솔직하고 신중한 자세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이 화제다.
최 장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상공회의소회관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신재생에너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원자력을 반대하는 나라들 때문에 국제사회의 합의에서 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에서 빠져 있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이 위험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산업이 값싼 전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원전을 포기하기 어렵고,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원자력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커지면서 원전의 안전성이나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대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워 ‘청정에너지’로 선전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원전사태는 원전을 온실가스 배출량 관점에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강화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변함이 없다’거나 ‘원자력도 신재생에너지’라는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

고작 2.5%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끌어 올려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원자력도 신재생에너지’라는 지식경제부 장관의 억지 주장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