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실익 잘 따져 봐야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실익 잘 따져 봐야
  •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
  • 승인 2011.03.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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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
정부가 녹색성장을 비전으로 발표하고 추진해 온 지 햇수로 4년이 되었다. 그 간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여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대내·외에 선언한 바 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매우 의욕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산업계는 정부와 협력하여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부가 목표관리제와 기능이 유사한 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하는 기업들에게 배출권 잉여분 판매를 통한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저탄소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켜, 녹색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논의로부터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로 돌아오면 몇 가지 측면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우선, 국제사회의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난 해 칸쿤에서 개최된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국가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주요국들도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2009년 11월 2일 배출권거래제 도입 철회 의사를 밝혔다. 자국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일본도 지난 해 12월 각료위원회에서 기존의 배출권거래제 2013년 도입계획을 무기한 연기하였다. 역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오랜 기간 배출권거래제를 연구해 온 일본이 산업계의 문제제기를 적극 수용하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온실가스 최다배출국인 중국과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도 유사한 이유로 배출권거래제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는 제조업의 비중이 낮은 EU와 뉴질랜드 정도 밖에 없다. 그만큼 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큰 나라들도 우려하는 제도를 우리가 먼저 도입하려는 시도는 산업계 경쟁력을 고려할 때 걱정스럽다.

실제로 국내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경우, 산업계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투자와 배출권 구입에만 매년 약 5조 6천억원에서 최대 18조 2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발전부문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3조 6천억원에서 최대 27조원의 비용이 발생하여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상승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국민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비용 최소화가 곧 경쟁력인 기업환경에서 이러한 과중한 비용 부담은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이나 외국인 투자 기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내투자의 활성화에 애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온실가스 추가 감축 여력이 상당히 낮아 배출권을 해외에서 구입해 와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자칫 국부유출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렇듯 현실에서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앞서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2월 28일 재입법 예고된 법률안에 따르면, 정부는 배출권권거래제 도입시기를 당초 2013년에서 2015년으로 2년 연기했다. 이는 정부가 산업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기간 동안 배출권거래제의 장ㆍ단점을 잘 따져서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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