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산업,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태양광산업,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성호 부회장
  • 승인 2011.03.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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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호 부회장
작년 연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태양광 업체들의 셀 생산용량을 다 합치면 1,300MW를 약간 넘었다. 그런데 중국 JA솔라라는 회사 한 곳의 작년 연말 셀 생산용량은 1900MW에 달했다. 한편 우리나라 모듈 업체들이 열심히 생산능력을 확대해 작년 연말에 확보했던 생산용량은 1850MW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의 선텍(Suntech) 한 군데의 모듈 생산용량은 작년 연말에 1800MW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름대로 리스크도 안으면서 투자해 확보한 생산능력을 다 합쳐도 중국 1개 기업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단적인 예지만 중국 태양광산업이 얼마나 크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덩치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중국 Tier1 업체들의 기술수준은 한국 업체들보다 좋으면 좋았지 떨어지지 않는다. 작년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을 펼친잉리(Yingli), 포뮬러 원(F1)의 스폰서가 된 트리나솔라(Trina Solar)를 보면 마케팅 솜씨도 세련되어 보인다. 수직계열화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오히려 다른 나라 태양광기업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태양광산업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도 파격적이다. 여기에 각 지방정부의 지원까지 가세하니 정책지원마저 파상공세처럼 보인다. 이런 중국 태양광산업의 모습에 우리나라 태양광기업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은 제조업만 가지고 보면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수출의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태양광산업의 경우 수출비중은 더 높다.
중국 태양광산업에서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태양광산업의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은 90%를 넘는다. 결국 우리나라 태양광기업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중국과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그 빈도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제 중국을 고려하지 않은 태양광산업 전략은 장단 없는 춤사위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 3월 10일에 실시했던 내부 워크숍에서 중국 태양광산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공룡처럼 성장하는 중국 태양광산업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생기는 약점들이 협회 워크숍에서 지적되었다. 

먼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인프라의 부족이다. 태양광산업은 다양한 밸류체인이 서로 연결되어 시너지효과를 내며 성장하는 산업이다. 중국이 셀과 모듈 분야를 중심으로 빠른 성장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인프라 역할을 할 밸류체인이나 연관산업의 체력이 너무 약하다. 상체는 큼직한데 하체는 삐쩍 마른 체형이라고나 할까. 필름, 부자재, 부품, 장비 등 하부구조가 취약하다. 과연 늘어나는 셀, 모듈의 용량을 커버할 수 있는 원자재 확보가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소프트파워도 중국이 취약한 요소이다. 수 조원대의 투자자금을 운영하면서도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방만한 확대로 방치되는 모습이 가끔씩 드러난다. 실제로 중국 최고의 태양광기업인 선텍(Suntech)의 작년도 영업이익률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이 그 한 예이다.

도대체 몇 개나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난립한 것과 급기야 얼마 전에 이에 대한 규제책을 발표한 중국정부의 모습도 다듬어지지 않은 채 높이 자라기만 하는 나무를 연상하게 한다.
거꾸로 이런 중국의 약점은 우리의 상대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튼튼하게 쌓아 놓은 반도체와 LCD의 인프라가 있다. 태양광산업의 공정이 이들 산업의 공정과 유사한 만큼 우리가 반도체와 LCD에서 쌓아 놓은 기술과 마케팅의 인프라와 경험은 우리 태양광산업이 질적인 성장을 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태양광산업은 기술적으로 가야할 길이 지난 온 길 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는 초조해하지 말고 우리가 쌓아 놓은 자양분을 이 길에 적절하게 뿌려주면 된다.  더 나아가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면서 비용경쟁력에서 떨어진 마진을 보충할 수 있다.

한편 IMF위기 등을 겪으면서 닦여진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프트파워는 상당히 강해졌다. 투자평가와 예측, 위험분산 등의 노하우가 많이 좋아졌다.
물론 여기에 전제조건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더 강한 규모의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 생산용량을 늘리고 수직계열화를 하는 것이다. 이것 없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중국과 반대로 다리만 굵고 상체는 빈약한 체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적어도 경쟁국가에는 뒤지지 않는 지원사격이 필요하다. 정책은 전투에서의 포사격 지원과 같다. 중국은 태양광산업에서도 인해전술을 구사하므로 후방 지원사격 없이는 이 맥을 끊기 어렵다.

태양광산업에서 커진 중국 업체들의 몸집은 우리에게 분명 위압적이다. 그렇지만 위축될 필요는 없다. 공룡이 멸망한 것은 커다란 몸집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중국 태양광산업의 거대한 몸집에서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반대로 우리는 그런 문제점을 제어할 능력과 인프라가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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