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문제를 보는 창
에너지 문제를 보는 창
  • 충북대학교 이철우 박사
  • 승인 2011.03.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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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대학교 이철우 박사
당연한 말이지만 에너지는 경제와 사회의 혈액이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에너지사용량과 기대수명을 비교해 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전세계 에너지의 80%를 소비하는 20% 인구에 속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75세 이상인 반면, 전세계 에너지의 19%를 소비하는 60% 인구에 속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50세 이상이고, 1%를 소비하는 나머지 20%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40세 이하다. 따라서 좀 과장하면 에너지 수급은 국민의 생명줄이라 할만하다.

최근의 리비아 사태로 지난달 27일에 정부에서 에너지 위기 ‘주의경보’를 발령하여 기민하게 대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달러 가치의 약세를 고려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는 국가나 가정에 커다란 걱정거리가 될 것이므로 절약을 통해 에너지 수급의 여력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절약한다하더라도 우리는 해외에서 에너지를 수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의 에너지 자급도 즉, 국내의 에너지 공급 비율을 보면 2009년 기준으로 17%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 자급도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에너지를 자급하는 나라는 부르나이와 같은 몇 나라 밖에 없으며, 국가안보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에너지 독립 또는 에너지 자급을 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의 가용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개발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고 수입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은 해외에서의 자원개발 능력을 축적한다는 측면과 함께 추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런데 우리국토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자원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는 또 다른 방안은 에너지를 덜 쓰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의 성과를 알려주는 지표가 에너지 밀도(energy intensity)다.

에너지 밀도는 GDP 1000달러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원유로 환산하여 배럴로 표기)으로 정의되는데 우리나라의 2009년 에너지밀도는 2.1BOE/$1000GDP로 이웃나라인 일본(0.8)보다 여전히 2배 이상이다.
에너지 밀도는 우리나라의 궁극적인 산업경쟁력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외국과의 차이뿐만 아니라 시간적 변화도 중요하다. 아쉽게도 2005년도 이래 우리나라의 에너지 밀도는 큰 변화가 없다. 따라서 우리가 에너지 자급도 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에너지 절약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에너지 효율성 추구하여 에너지 밀도를 선진국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 측면에서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탄소세 부과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표가 에너지 불안정도(energy insecurity index)이다. 에너지 불안정도는 화석연료가 전 세계에너지의 85%를 차지하는 현재의 세계에너지 수급환경에서 한 국가가 지닌 에너지 수급의 대외의존 불안정성을 가리키는데 다음 세 가지 변수를 합한 값으로 정의된다.

먼저, 한 국가의 상거래 에너지 총량(primary commercial energy)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에 가중치 35%를 부여하여 0.35를 곱한 값을 구한다. 그리고 전체 원유소비량가운데 수입하는 원유의 비율에 가중치 40%를 주어 0.4을 곱한 값을 구한다.

마지막으로 수입되는 원유가운데 중동지역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비율에 가중치 25%를 곱한 값을 구한다. 위에서 구한 세 값의 합이 에너지 불안정도다. 2009년의 우리나라 에너지 불안정도는 0.88(=0.762*0.35+1*0.4+0.863*0.25)로 일본, 대만, 필리핀 등과 함께 높은 편에 속한다.

이 지표와 관련하여 우려할만한 점은 원유수입에서 중동의존도가 2004년 78.1%에서 2009년 86.3%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개발수입이 2005년 이래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석유가스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및 정책이 중동의존도를 낮추고 원유수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현재 에너지 자원에 대한 해외투자가 투자의 안전성 문제로 북미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투자라는 관점에서는 올바르지만 생산한 석유가스를 직접 또는 Swap형태로든 국내로 반입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에너지자원 확보 및 수급측면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아쉽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불안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비롯한 대체에너지원의 개발에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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