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스마트그리드와 국내외 산업동향
코리아 스마트그리드와 국내외 산업동향
  • 김창섭 박사
  • 승인 2011.01.1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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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원대학교 김창섭 박사
최근 스마트그리드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이제는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 그자체를 의미할 정도로 보편적인 기술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의 고갈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 체계의 비전인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EPRI의 Intelligrid program을 통하여 새로운 전력 체계에 대한 제안들이 이루어져 왔으며 EU에서도 smart grid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에 시작된 Global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촉진된 미국의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투자 가속화는 세계적으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미래 전력망(혹은 미래의 기후 및 에너지를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비전적 개념으로 대단히 동태적인 성격을 갖는다.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자 하는 주체의 환경이나 특성에 따라 상이한 형상을 가질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관련된 많은 연구와 제안이 미국이나 EU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미국의 모델과 한국의 모델을 비교함으로써 한국의 smart grid의 성격과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특히 미국)은 인프라는 노후화되어 현실 산업의 기술적 진보성은 한국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유연한 시장체계와 혁신적 R&D에 대한 투자, 민간 중심의 투자 등은 미래지향적으로 높은 기술적 진보성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R&D는 혁신적 접근 보다는 점진적인 접근 체계를 선택함으로써, R&D가 점진적 개선형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인프라를 점진적이고 제한적으로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Future Infra의 수준을 한층 더 증가시키기 위하여, 기존의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R&D 대신 산업 융합형 혁신을 통하여 추진력을 찾고 있다. 즉, 전력산업과 IT의 결합, 전력산업과 EV를 중심으로 하는 수송산업과의 결합, 전력산업과 Home Network, u-City와 같은 소비자 인프라와의 결합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IT 기반의 산업인프라와 융합한 스마트그리드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에서 추진 중인 제주실증사업은 새로운 BM의 발굴을 통한 기술 혁신 활성화와 미래 시장 대비라는 측면에서 유효한 선택이다. 그러나, 다양한 위험요소 또한 내재하고 있다. 실증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명확한 목표설정과, 이를 성취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추진 목표에 있어서 기술 혁신, BM 발굴, 제도개선 중 어떠한 부분에 좀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장동력을 위한 것인지, 국가 효율개선을 통한 산업경쟁력 개선을 위한 것인지 혹은 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권익을 확보하는 것을 위한 것인지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다. 이는 향후 에너지부문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필요한 필수적인 인프라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RPS제도의 경우 2020년까지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의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설비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통제불가능하고 복잡하며 무한한 소규모 접점을 가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경우 현재의 전력망으로는 제어할 수 없으므로 지능형의 전력망은 필수적이다. 또한 건물 등에 부가될 CO2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수요반응(Demand response) 등의 신기술 수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신기술 역시 양방향의 통신기반에 의존하게 된다. 이와 같이 향후 에너지부문에서 추구해야 하는 저탄소화 및 에너지효율화는 새로운 혁신기술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혁신기술의 수용을 위하여는 새로운 플랫폼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과 신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혁신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에너지부문은 공적 영역으로서 혁신에 대한 유인이 적은 분야이다. 또한 스마트그리드를 추구하기 위하여는 다양한 기술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융합영역이라고 할 수 있으나 중전기산업은 여전히 중후장대형의 설비산업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스마트그리드를 실질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력과 motivation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은 전력산업과 타산업간의 융합 혹은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업계, 건설업계, 가전업계, 홈네트워크업계 등이 지능형 전력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독점공기업으로 남아있을 한국전력공사는 이러한 생경한 산업의 출현을 호의적으로 이해하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전력공사에게도 성장동력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한 새로운 협력자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의 활성화와 책임성 있는 구축을 위하여 정부에서 추진중인 “특별법”은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의 원활한 구축을 위한 법적 조치라고 이해해야 한다. 지능형 전력망은 향후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며 새로운 신기술의 인큐벤이터이며 산업계의 대규모 투자를 선도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은 특정 산업의 전유물일 수 없으며 또한 특정 기술만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 자산은 더 많은 사업자와 전문가의 참여하에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방성이야말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적 덕목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 세계적으로 미래형 전력 체계의 통칭으로서 공통된 키워드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추진중인 스마트그리드 정책의 모습은 대단히 상이하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스마드그리드 정책에서의 교훈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각국별로 추진되는 스마트그리드의 형태는 여건에 따라 변동된다. 주요 변동요인은 전력산업의 규제형태(특히 소매부문의 경쟁도입여부), 중전기기 및 IT 분야의 기술력 수준, 에너지시스템의 여건(설비의 노후화 수준 등) 및 주거IT환경(홈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여부 등), 에너지정책(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등)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측면에서 경쟁도입과 중전기기 기술력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고 반면 설비의 수준 및 타 연관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강점을 갖는다(한국의 전력인프라는 이미 스마트하다. AMI는 이미 대규모 수용가에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한국은 소매경쟁이 부재하여 가격시그날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이 반영되어 한국방식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적 가치인 전력기술과 통신기술의 융합의 실현가능성 및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융합의 범위가 다양하고 넓을수록 융합의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희망이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반영되어 있다. 결국 스마트그리드에서 범위의 경제가 적절히 작동할 지에 대한 실험이 현재 제주실증사업단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스마트그리드의 가장 특별한 차이점은 전력산업, IT산업, 건설산업, 가전산업, 자동차산업 등이 모두 하나의 실증단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융합을 동시에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는 물론 가상적으로 다양한 소매경쟁 환경이 주어진다.) 이러한 이종산업간의 포괄적 융합은 정부의 리더쉽과 상호호환성 등의 이슈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각 산업의 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이미 발생하고 있으며 발생 정보에 대한 접근권 역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종산업간 융합을 추진화기 위한 각종 제도적 조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BM사업의 추진으로 경쟁도입의 필요성 논쟁, 산업간 경쟁력 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 그리고 기업의 직접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가능 등 다양한 정책적 경영적 이슈가 제기돼 스마트그리드의 사업범위와 관심범위가 증대되는 성과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복합성을 감안하여 정부주도형의 단점인 관료주의의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하므로 정부주도의 이종산업간 융합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사전적 이해가 충분히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2005년 전력IT로 시작되었던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스마트그리드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그리드는 국가감축목표와 녹색성장 엔진으로서 정부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전력 분야 혁신을 위한 노력의 성공여부는 현재 시점에서는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주도형의 변화추구가 선도적인 산업간 융합이라는 모델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제주실증사업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스마트그리드의 미래에 대한 선도적 탐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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