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 되는 ‘생명의 물’
무기화 되는 ‘생명의 물’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12.13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을 생각할 때 물을 떼어 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산과 강에서 그리고 우물에서 나오는 물은 지구가 생성시킨 생명으로서 당연히 무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그러나 21세기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21세기는 물의 확보를 위한 전쟁조차도 불사한다는 조짐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 20세기가 산유국과 비산유국으로 나누어 졌듯이 21세기에는 물을 확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나누어 질 것 같다.

석유는 다른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지만 물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우와 홍수로 엄청난 물로 재해가 일어나는데 왜 인류는 물 부족으로 전쟁까지도 불사하는가?
물을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구의 25억 인구는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고, 이들 중 12억은 물 처리시설이 전혀 없는 곳에 살고 있다. 미 개발국가의 수백만 어린이들은 6학년이 되면 물을 길으러 장거리를 갔다 와야 하기에 학교를 그만둔다. 여인들은 물과 땔감을 구하러 장거리를 걸어서 갔다오고, 그 물을 끓여서야 먹는다. 이들이 하루종일 사용하는 물의 양은 3리터 정도이지만 미국인은 150리터의 물로 매일 샤워를 한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지만 대부분은 해수나 빙하인 얼음상태로 있어서 사용 가능한 담수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이중 0.5%는 지하수, 강이나 호수에 있는 물은 0.01%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인류가 쉽게 채취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농업과 산업활동으로 인한 오염물질은 강으로 대수층으로 바다로 흘러가서 지구의 대양에는 ‘죽음의 바다’지역이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염이 심한 물 처리하는 비용과 낮아지는 대수층으로 인해 물의 채취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기술이 세계 각처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아무리 경제성이 있고 획기적인 기술이 나온다 하더라도 물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필요로 한다. 물의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신선한 물을 만들 수 있는 지구의 순환사이클이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바다와 강에서 증발되는 습기가 구름으로 만들어져 비로 내리고 비가 내려 땅과 숲과 늪지대가 그것을 걸러서 강으로 바다로 대수층으로 다시 보내지는 이 순환작용 말이다. 지구 생태계의 총체적인 고려없이는 지속가능성이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지만 인류 사회는 지구 생태 사이클을 한 치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

티벳의 고원지대에 있는 브라마푸트라강(중국명 얄릉짱포)은 인더스강, 갠지스강, 양자강 등 아시아에 흐르는 10개의 주요 강들의 수원이다. 이강은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와 눈이 녹아서 형성된다. 브라마푸트라 강물의 90%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타일랜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치면서 세계 인구의 50%가 사는 아시아의 젖줄기이다.

지난 4월 중국은 브라마푸트라강에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삼협댐의 규모보다 두 배 이상의 규모라고 한다. 그 댐의 위치는 인도와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아루나찰푸라데시주와 인접해 있기에 인도가 생태계 파손 문제로 반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댐 건설 발표와 함께 인도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을 뿐이다.

현대 공학의 7대 경이 중의 하나인 후버댐은 대공황 당시 경제 회생 프로그램의 하나로 1936년에 완성했다. 목적은 해마다 홍수가 나는 콜로라도 강의 물길을 잡고 인근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아리조나주의 물과 에너지 공급을 위한 것이었다. 무게가 660만톤이나 되는 440만큐빅야드의 콘크리트를 강의 깊숙이 부어 만든 후버댐은 2000㎿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 2500만명에게 그동안 물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이 세 주의 물 부족현상은 콜로라도강이 지난 수년간 가뭄으로 물말랐기 때문이다. 댐의 책임자는 “어떤 이유에선지 코로라도 강이 전 같이 물을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댐을 건설하기 위해 콜로라도 강은 그 노선을 바꾸었고 주변 생태계는 심하게 파괴됐다.

알래스카의 시트카호는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호수이다. 빙하에서 녹은 물로 이루어진 호수로 호수물은 그대로 마실 수 있다. 천년의 비경을 간직한 이 조용한 호수에 몇 달 안에 석유를 나르던 탱크 트럭이 들어와 호수의 물을 퍼가게 된다. ‘투로 아메리카 보틀링’사는 시트카 시로부터 30억갤런의 호수물을 채취할 수 있는 허가권을 얻어서 탱크 트럭으로 물을 인도 붐바이시로 날라서 병에 담아 인근 가뭄이 심한 도시에 공급한다.

북경의 대수층은 점점 낮아져서 물을 끌어 올리려면 1㎞ 이상 뚫어야 한다. 공기업이 하기에 너무 비싸서 민간기업에 맡겼다. 그랬더니 징수해야할 물 값이 일반인이 내기에 너무 비싸졌다. 미국의 피츠버그, 시카고, 산타페 같은 도시도 수도 관리의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민영화를 하면 낙후한 수도망을 개선할 수 있고 세수를 늘리고 고용창출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일단 민영화된 후에는 독점이 되기 쉽고, 70~80%가 땅에 묻힌 시설에 대한 감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다른 폐단은 사기업은 물의 절약이나 환경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환경 피해가 일어나면 그 처리는 공기업의 몫이다. 물 부족 현상은 물에 대한 관리 비용을 증가시키고 전문화를 요구한다. 점점 공기업이 하기에 부담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