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나중에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나중에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
  • 노동운 박사
  • 승인 2010.12.06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말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BAU)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감축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저탄소 사회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일환으로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천명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005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향후 1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수준 이하로 감소된다는 것이다.

1990년 이후 1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두 배 증가했다는 점과 향후에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냉엄한 국제현실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2001년에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부시대통령의 의정서 비준 거부는 교토의정서 채택 직전인 1997년 7월의 상원 결의문에 입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의 복지를 규제하는 유엔조약을 거부하며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을 반대하고 미국 일자리를 보호해야 하며 외국으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주요 개도국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특혜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를 유엔의 정에 맡길 수 없으며 특히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제외된 온실가스 규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5가지 원칙은 지금까지도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국제현실에서 앞서가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훼손되어 수출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성장이 저해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혹자는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배출권 판매를 통해 상대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배출권 판매를 통해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배출권 거래제이든 목표관리제이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제무대를 바라보면 유럽연합을 제외하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은 11월초에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으로써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2012년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 도입을 포함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대응기본법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및 일본에서는 일부 자발적인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거래규모도 적고 시장도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에 자발적 거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서부지역의 경우에는 중간선거 참패로 캘리포니아를 제외하면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도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며 현재 준비가 진행되고 있어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해 목표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관리제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산업계로서는 배출권 거래제를 준비해야 하는 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검증 시스템, 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 배출권 할당 방법 등 수많은 선결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의무화되어 있는 목표관리제가 실시되면 배출권 거래제의 많은 선결과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책혼란과 사회적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목표관리제를 실시한 이후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