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처럼 살아가자
붉은 단풍처럼 살아가자
  • 한국에너지
  • 승인 2010.11.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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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출근길에 가로수는 나뭇가지만 보였다. 나뭇잎이 떨어져 나간 그 가로수로서는 어제의 비바람이 엄청난 시련이었으리라. 그럼에도 창 너머 한 그루의 나무는 아직도 붉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햇살에 더욱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다.
양재시민의 숲 부근으로 이사온 지도 3년. 새싹이 트고 푸른 녹엽이 도시를 뒤덮고 그리고 나뭇가지가 드리워진 자연 속에서 서울이라는 것을 잊고 산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이즈음 시민의 숲과 연결된 양재천을 가끔 걸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단풍처럼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설악산, 내장산 등 단풍이 유명하다는 산들 가운데서도 곱게 단풍이 드는 나무는 불과 10여종 정도라고 한다. 수 백 종이 넘는 나무들 가운데 생명이 다해 낙엽이 되어 떨어지면서 붉은 저녁 노을처럼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는 나뭇잎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사석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퇴출 문제이다. 웬만한 곳이면 50이 넘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별히 임원급 한 두 사람을 빼고는 50 전에 직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되어지는가?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90을 바라보는 퇴직교사가 20여년의 퇴직생활의 회한을 하소연하는 글이 실렸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퇴직자들의 삶이 그런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그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인력낭비’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있다. 일본은 40~50대가 부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말하고 싶은 경험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독일 취재에서 오후 6시가 넘어 워크숍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자리를 채운 50여명은 모두가 60~70대 노인(?)들이었다.

그들의 주제는 20년 후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저마다 자신들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처럼 듣기 어려운 견해들을 쏟아 내놓았다. 취재를 마치고 “70대 노인들이 어째서 20년 뒤의 문제를 논하느냐”고 묻자 “문화의 차이가 아니겠느냐”는 답변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퇴직자들의 활용 사례는 기사거리이다. 퇴직자들의 역할에 대해 꽤 오랜 논의가 있어왔지만 사회적으로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우리는 퇴직 이후의 인생을 각자가 나름대로 설계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기왕 할 바에는 푸르던 청춘, 아무런 색깔도 없는 낙엽되어 가지 말고 마지막 가는 길이지만 붉은 단풍이 되어 만산을 물들이고 갈 수 있도록 열정을 태우는 퇴직생활의 설계를 하자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말이다. 한 번 더, 붉은 단풍처럼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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