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업계 휩쓴 11호 태풍 ‘왕차관’
태양광업계 휩쓴 11호 태풍 ‘왕차관’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9.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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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태양광 업계에는 곤파스, 말로, 므란티에 이어 제 11호 태풍 ‘왕차관’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박영준 지경부 2차관이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라는 질문에 “남이 한다고 해서 다 따라하는 것은 안된다.
우리나라에 맞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태양광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태양광은 땅을 많이 차지한다. 중국 같은 경우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번 개각 인사에서 ‘왕(王)차관’으로 불릴 정도로 실세로 평가받고 있는 박 차관이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밝힌 첫 견해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셌다.
이튿날인 9일 코스피 증시에서는 웅진에너지, OCI, 신성홀딩스 등 이른바 태양광주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SDN, 에스에너지, 오성엘에스티 등이 동반하락하면서 위축된 투자심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태양광 업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국내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인데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내년 기준가격 역시 최대 18% 삭감하겠다는 정부 발표까지 나온 터였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경부도 ‘정부는 지속적인 태양광산업 지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사실 국내 태양광업계가 해외시장을 향해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이제 막 취임한 신임 차관이 만든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을 지켜보는 내내 우리 정부의 태양광에 대한 인식이 박차관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발전차액지원제도에서 의무할당제로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취재현장에서 만난 정부관계자들의 지적과 이번 박차관의 발언이 너무나 같아서다.

정부가 태양광 초기시장을 열어주기 위해 도입한 FIT 제도와 발전사업자들을 이제와 ‘정부 예산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취급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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