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면 당신의 집도 눈을 뜨나요?
해가 뜨면 당신의 집도 눈을 뜨나요?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8.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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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버지니아텍 ‘루멘하우스’ 솔라 디캐슬론 우승

▲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미 버지니아 텍의 제로에너지하우스 ‘루멘하우스’
"해가 뜨면 당신의 집도 눈을 뜨나요?”
“계절이 변하면 당신의 집도 옷을 갈아입나요?”
“날씨가 좋으면 당신의 집도 밖을 향해 자신을 여나요?”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버지니아텍)의 학생들이 지은 루멘하우스(Lumenhaus)의 캐치 프레이즈다. 이 루멘하우스가 지난 1월 추운 겨울날 뉴욕 타임스퀘어에 나타났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집 구경을 하면서 함성을 지른다. “이건 바로 뉴요커에게 필요한 집이야!”, “나도 이런 집을 사고 싶어, 얼마나 할까?”하는 말들이 군중들 사이에서 들렸다.

밤이 오자 루멘하우스의 열렸던 벽들이 밀려서 셔터처럼 모든 창문을 덮고 셔터에 부착된 작은 LED들이 맨하탄의 깊숙한 곳, 고층빌딩의 휘황한 불빛 아래에서 자신도 질세라 반짝거렸다.
이 집은 분해된 상태로 트럭에 실려와 타임스퀘어에서 다시 지어졌다. 아침이 되면 42개의 태양광패널이 부착된 지붕이 해를 향해 앵글을 맞추고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밤에 닫혔던 셔터는 열리면서 아침 햇빛을 집안에 쏟아 넣는다.

그리고 실내 온도를 조정하여 최적 온도로 만들고 조용한 음악으로 주인의 잠을 깨운다. 주인이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아침을 먹고 일하러 나가면 집은 다시 셔터를 닫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해 달팽이처럼 웅크리고 낮잠을 잔다. 집주인은 밖에서 아이폰으로 집의 상태를 점검해 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셔터를 완전히 옆으로 밀어 제쳐 놓고 안의 가구를 살짝 테라스에 밀어 놓으면 좋은 날씨와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더욱 부엌을 칵테일빠로 바꾸어 놓고 친지들을 초대하여 파티도 연다. 낮에 사무실이나 응접실로 사용하던 공간은 밤이 되면 벽에 있는 침대를 내려 놓고 침실로 만들고 셔터로 맨하탄의 화려한 불빛을 차단시키고 편안한 잠을 자게 한다.
지붕에는 태양광패널 뿐 아니라 비를 받아서 부엌에서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정수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집 앞 테라스 옆에는 빗물을 모아서 잔디나 화단에 물을 줄 수 있는 시설도 있다.

겨울 추운 날씨에는 보온을 위하여 셔터가 창문을 덮지만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여전히 집안에 빛을 비추어 준다. 지열 히트펌프로 바닥 난방과 냉방시설을 갖추고 온수 또한 같은 지열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평이 74㎡ 밖에 안 되지만 각 공간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좁은 줄 모른다. 필요하다면 계단을 붙일 수 있고 다른 방을 붙일 수도 있다. 미리 만들어진 모듈화된 부품들을 어디라도 트럭으로 수송해 현지에서 재조립하면 근사한 제로 에너지 하우스가 만들어진다.

루멘하우스는 지난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최초의 ‘솔라 디캐슬론(Solar Decathlon)’의 최종 우승자이다. 버지니아 텍은 지난 8년 동안 이 대회에 참가했지만 처음으로 최종승자가 되었다. 스페인 왕자 펠리페(Felipe)가 참석하고 관람객이 미국의 워싱톤 몰보다 더 많은 19만 명 이상 다녀가는 등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솔라 디캐드론은 미 에너지부가 2002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올림픽 경기와 같이 10개의 종목에서 이겨야 한다는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10개의 종목은 건축학 측면, 시장의 매력도, 기술적 측면, 경제성, 온수 사용, 편안함, 정보통신, 홈 엔터테인먼트, 가전제품 사용, 그리고 에너지 균형을 본다.

에너지의 균형은 제로 에너지가 되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고 경제성에서 25만 달러 이하이면 만점이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감점이 된다.
각 항목이 100점 만점으로 해서 가능한 총점은 1000점이 된다. 미국에서는 워싱톤 몰에 참가자들이 집을 지어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사하여 채점을 한다.
버지니아 텍은 811.83을 받아서 2등인 독일의 로젠하임 응용과학 대학과는 1점도 안 되는 아주 근소한 차로(810.96) 최종 승자가 되었다. 2002년부터 참가하여 2005, 2009년 계속 나왔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독일에게 최종 승자가 돌아간 것을 볼 때 미국 대학이 유럽에서 일등을 한 것은 버지니아 텍의 승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솔라 디캐드론 참가를 위해 학생과 교수들은 지난 2년 동안 동거동락 했다. 참가자로 결정되면 에너지부에서 10만 달러를 종자돈으로 지급받는데 나머지의 경비는 기금모집 이벤트나 스폰서를 구해서 충당해야 한다.
팀 구성은 건축과만 아니라 다른 분야 정보통신, 컴퓨터 과학, 마케팅 등의 교수와 학생들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야 한다. 수상 발표가 있던 날 무대에서 버지니아 텍 팀은 춤과 노래와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제로에너지 하우스가 서민이 살 만한 가격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이 에너지부가 원하는 이 대회의 목적이다. 대학 관계자는 루멘하우스를 짓는데 5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량 생산이 된다면 25만 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해와 함께 눈을 뜨고 계절과 함께 옷을 갈아입는 집이 서민에게 다가 올 그날이 정말 오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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