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더운 삼성동
어둡고 더운 삼성동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0.08.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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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휴가철이 끝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춤하던 전기사용량도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고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일에는 기어코 올 해 최대전력을 경신했다.

급증하는 전력사용 탓에 정부는 강력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쓰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론 큰 건물이나 공공장소의 냉방온도를 26℃로 강제했다. 덕분에 여름에 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코엑스나 지하철역에 가도 지금은 예전만큼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이면 더욱 곤욕이다.

삼성동 한전 본사도 마찬가지다. 한전 본사에 들어서면 음침하다 싶을 정도로 어둡다. 전기절약을 위해서 불필요한 실내등을 모두 끄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들어서면 한 부서마다 2,3개씩 있는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에어컨 가동 시간까지 제한하면서 직원들은 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선풍기에 의지하면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전 본사 건물은 외관 창문이 통유리로 돼 있어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통풍도 잘 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하룻밤 사이 실내에서 갇혀 있던 덥고 탁한 공기 속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직원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물론 국내 최고 공기업이자 전력회사인 한전이 강력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른 공기업들이나 민간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고 전력을 생산하는 회사가 전기절약에 앞장서 대대적인 전기절약 붐을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이익을 남기는 회사가 전기를 사용하는데 있어 다른 곳보다 더 제한이 따른다는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전의 업보가 아닐까 한다. 

에너지절약 대책은 한전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는 절약 정책과 함께 국민들의 건강도 지키고 업무의 효율성도 올릴 수 있는, 현실성 있고 효율적인 방법도 동시에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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