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농업용수가 친환경에너지로 변신
낙동강 농업용수가 친환경에너지로 변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0.07.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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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kW급 프란시스 수차 3기 상업운전 개시
소수력에 대한 정부지원은 여전히 ‘가뭄’

▲ 지난 7월 28일 열린 경천소수력 제2발전소 준공식 모습.

웅장함은 없었다. 그러나 단단하고, 힘찼다. 태어나 처음 본 3기의 수차는 그렇게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7월 28일 오전,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지내리. 비교적 흐린 날씨, 간간이 빗방울이 흩날렸다. 대형버스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약 15분쯤 들어갔을까. 저 멀리 발전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부터 하나둘씩 모여든 150여 명의 사람들이 살짝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조그마한 동네잔치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일반 발전소 준공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의아심이 들어 살펴보니 발전소 관계자뿐만 아니라 친·인척, 지역주민들도 눈에 보였다. 이곳 주변에 보이는 인공구조물이라고는 오직 발전소 건물 뿐. 온통 초록빛 나무와 수풀로 뒤덮인 산 속에 ‘경천소수력 제2발전소’가 있었다.

경천소수력 제2발전소는 경천소수력발전소가 사업 시행을 맡아 2008년 11월부터 약 1년 8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2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발전소는 700kW급 입형 프란시스 수차 3기를 설치, 총 2100kW 규모 발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효낙차는 소수력발전 치고는 제법 큰 50m이다.

저수량 2822만톤을 보유한 경천댐에서 나오는 농업용수가 경천소수력 제1발전소를 거쳐 6.28㎞의 수로를 타고 내려와 발전원으로 쓰인다. 낙동강 물로 농사도 짓고, 발전소도 두 번이나 돌리는 셈이다. 다만 농업용수가 필요없는 가을이나 겨울에는 발전소 운전이 잠시 멈추게 된다. 예상 발전량은 연간 486만7000kWh, 약 789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원유 150만 리터 수입대체, 이산화탄소 2847tCO₂절감 효과와 맞먹는다.

이날 준공식은 이한성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신현국 문경시장, 김충호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사, 경과보고, 발전소 내부 설명 순으로 꾸며졌다. 농악대의 흥겨운 공연으로 시작되어 테이프 커팅으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참가자들은 관심있게 발전소의 시설 전반에 대한 설명을 귀로 듣고,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변영 경천소수력발전소 사장은 “시운전하면서 많이 조마조마했는데 이렇게 아무 탈 없이 10년 동안 갈고 닦았던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나와 기쁘다”며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발전소로 키워나가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준공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후 천천히 둘러보자 비로소 발전소 모습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밝은 황토색의 외관은 깔끔한 인상을 심어줬다. 산 속에 있는 작은 2층짜리 멋 부리지 않은 별장의 느낌이다. 자연과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구조물이 설계된 것 같았다.
내부에는 순간전력량 등을 표시하는 각종 계기판과 시설물 현황 도표, 그리고 수차 3기가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전체적인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아서인지 외양보다는 내면의 건실함이 돋보였다. 이는 다른 대다수의 소수력 발전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발전소 전체 설계와 설비 제작을 맡은 대양전기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외양이 그리 크지 않으나 낙차가 워낙 좋기 때문에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다”며 “제1발전소에서 활용한 농업용수를 이곳 제2발전소에서 다시 한 번 활용하기 때문에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설 관리는 앞으로 한국농어촌공사 문경지사가 맡게 된다. 농어촌공사는 주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소수력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발전소 준공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박영규 문경지사장은 “경천소수력 제2발전소 준공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국가 에너지 보급목표 달성에 일익을 기하는 사업으로 환경보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소수력발전은 갈 길이 멀다. 올 4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소수력 개발현황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김종겸 강릉원주대 교수는 “국내 소수력 보급 잠재량이 무려 1500MW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용 중인 소수력은 고작 5%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들어 소수력 발전은 국산화와 현대화가 이루어졌고, 자동화기술까지 도입, 운영되고 있지만 소수력 발전에 대한 부족한 정부 지원과 지역 주민들의 낮은 호응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소수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승 크린에너지 대표 역시 “태양광과 풍력 등 잘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소수력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녹색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소수력발전소 인·허가 등 각종 규제의 간소화만이라도 하루빨리 추진된다면 소수력 산업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녹색’없는 성장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소수력발전은 녹색 성장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설 수 있는 당당한 신재생에너지의 주체”라며 “진정한 녹색성장은 다방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경북 문경까지 왔는데 그냥 올라가기가 아쉬웠다. 마침 대양전기 직원들이 제1발전소를 간다고 하여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제2발전소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제1발전소가 있었다. 가동된 지 10년이 넘은 발전소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변이 청정하고 고요했다. 발전소에서 20m 남짓한 곳에 고여 있는 냇가에는 민물고기들이 수북하다고 한다. 소수력발전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1발전소 시공에도 참여했던 박준식 부장은 “보시다시피 소수력발전소는 인적이 드물고 산 속 깊숙이 위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다”며 “그때 당시나 지금이나 발전소 주변 모습은 퇴직 후 살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 경천소수력 제2발전소에 설치된 700kW급 프란시스 수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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