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이란 어떤 것일까?
국력이란 어떤 것일까?
  • 한국에너지
  • 승인 2010.07.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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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던 중 양국 정상회담 자리에서 독일 기업 CEO가 후진타오 총리에게 직설적으로 중국의 무역장벽을 비판하였다는 외신이 있었다. 두 사람의 CEO는 중국이 기술이전 합작 등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비판하였다고 한다. 독일은 중국에 제일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보편적으로 우리 상식은 자국에서 조차 정상이 참석하는 자리에서는 기껏해야 덕담이나 하지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기업인들이다.

하물며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수행한 기업인이 말을 거들고 나오다니 감히 생각조차 하기 힘든 게 우리들의 생각이다. 더구나 권력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독일 사람들은 당당히 이야기 하다니 어째서 그런 일들이 가능할까? 독일 사회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독일 기업인들과 공무원들이 함께 외유를 하면 기업인들은 공무원들을 절대 우대하지 않는다. 버스를 탈 때도 타는 순서대로 자리를 잡는다. 공무원이 고위직이라 해서 자리를 배려해 주지 않는다. 식사를 할 때도 편한 대로 앉는다. 독일에 가서 접대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에서는 기업인이 사업을 하기 위해 특별히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하지 않는다. 정해진 제도 내에서 누구나 똑같이 실력대로 하는 것이 상식이다. 새로운 일이 있으면 민·관이 모여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낸다.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10여년 전에는 총리의 아들이 대학을 가지 못하는 실업계 고교에 진학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누구의 자식이던 실력이 안 되면 대학을 가지 못하는 곳이 독일이다.
이러한 저변에는 평등의식이 철저히 지배하고 있다. 각기 직업은 직업이고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그것은 그것일 뿐 인격의 차별 요소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던 장관이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각자의 생각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면 된다.

상대가 누구이던 잘못을 하면 비판을 받고 할 말이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하는 사회가 독일이다. 정상회담 자리에서 정상이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수행원이 한다고 해서 예의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이 그런 것이다.
철저히 개인의 인격이 다른 무엇으로 침해되지 않는 그것이 독일 사회의 힘이다. 총리가 있고 장관이 있고 고관들이 없을 리 없지만 지배층, 특권층이 없어 우리 사회에서처럼 ‘소통’이라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실상 예의를 지켜야 하고 말도 조심해야 한다. 정상끼리 논하기 어려운 문제를 수행원이 나서서 말할 수 있는 국가는 과연 얼마나 될까? 중국은 자신들의 힘을 믿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북경에 가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는 국가의 국민이 독일을 제외하고 과연 또 있을까 싶다.

최근 우리의 대 중국외교를 보면서 독일과 너무나 많은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국력이란 군사, 경제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속에서 진정한 힘이 나온다. 우리가 선진국가로, 힘 있는 국가로 성장하려면 독일 사회를 연구해야 한다. 우리는 국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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