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합의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협상전략
코펜하겐 합의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협상전략
  • 한국에너지
  • 승인 2010.07.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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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세계의 관심속에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개최되었다. 선진국은 의욕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여 기후변화 방지노력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개도국 역시 역량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역사적인 합의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속에 세계의 언론과 관심이 코펜하겐에 집중되었다.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밤에는 정상들이 모여 협상안을 마련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말았다. 코펜하겐합의가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당사국총회의 결정문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이후의 기후변화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늦게나마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코펜하겐 합의문(Copenhagen Accord)은 선진국(부속서 I 국가)과 개도국(비부속서 I 국가)이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내용과 post-2012 기후변화틀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선진국의 감축목표뿐만 아니라 비록 자발적인 목표이지만 개도국까지 2020년의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형식을 갖추었다는 점은 협상의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코펜하겐합의문에 따라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개도국이 2020년의 감축목표를 올 1월 말까지 유엔에 제출했다는 점은 향후 협상의 희망적인 면을 말해주고 있다.

 재정지원을 받는 개도국의 감축행동은 국제적 측정, 보고, 검증(MRV)을 받아야 하며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감축행동은 자국 내에서 측정, 보고, 검증(MRV) 절차를 거치돼 국제적인 자문, 분석(ICA)을 받도록 되어 있다. 선진국의 재정지원을 구체화시키고 이를 개도국의 감축행동과 연계시키고 검증절차를 명시했다는 점이 코펜하겐합의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발리행동계획(BAP)에서는 국가를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분류된 데 반해 코펜하겐합의문에서는 기후변화협약이나 교토의정서의 국가 분류와 일치하도록 ‘부속서 I 국가’와 ‘비부속서 I 국가’로 구분된 점이 특징이다. 선진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와 멕시코를 비롯한 몇몇 선발개도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여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곤 했다. 교토의정서 체제와 상이한 국가분류체계를 설정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기후변화구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협상의 진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부속서 I 국가’와 ‘비부속서 I 국가’의 분류체제가 우리나라의 협상전략 기조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개도국의 감축행동을 재정적 지원을 받는 감축행동과 자발적인 감축행동으로 구분했다는 점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작년 말에 자발적 감축목표를 발표했으며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까지 제정하여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의무부담이 없는 비부속서 I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방지노력에서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자사회(IPCC 4차보고서)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진국의 의욕적인 감축목표 설정(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이 명기되지 않은 점이 코펜하겐합의문의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의 두 협상절차를 하나의 협상절차로 묶고 개도국과 선진국의 감축행동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은 코펜하겐합의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개도국은 코펜하겐합의가 교토의정서 체제를 붕괴시키고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어 향후 협상에서 코펜하겐합의문이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선진국의 재정지원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개도국의 감축행동을 촉진시킬 수 있고 ‘선진국’과 ‘개도국’이라는 구분 대신 기후변화협약이나 교토의정서와 일관성을 갖도록 ‘부속서 I 국가’와 ‘비부속서 I 국가’로 분류했으며, 자발적 감축행동과 지원받는 감축행동으로 구분한 코펜하겐합의문의 핵심내용을 우리나라 협상의 기저로 삼는다면 향후 기후변화협상에서 자발적 감축노력을 인정받으면서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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