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기후변화 조작 누명을 벗다
과학자들, 기후변화 조작 누명을 벗다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7.19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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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유엔 기후보고서패널(IPCC)의 기후과학자들은 생애를 바쳐온 기후과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전화와 이메일과 우편물에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메시지로 시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저명한 한 기후과학자의 현관에 죽은 쥐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 쥐의 몸에는 “이것이 당신일 수도, 당신의 자식일 수도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IPCC는 앨 고어 미 전 부통령과 같이 기후변화가 인간이 초래한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일반에게 알린 공헌으로 노벨상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 공헌은 기후변화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희대의 음모라는 설이 돌고 있었다. 이는 작년 11월 영국 이스트 안제리아 대학 당국의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서버가 해킹을 당한 것을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기후 게이트(Climate Gate)’로 번져 갔다.

대학의 서버에서 해킹당한 연구자료들은 기후학자들이 조작했다는 설과 함께 그동안 기후변화가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한 미국의 상원의원 인하프가 그 증거를 미 의회에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자료는 과학적 자료로 일반인이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기후 상승에 관한 막대그래프 조작과 두 과학자의 사적인 이메일의 기후변화를 의심하는 단체들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가 문제가 되었다. 이들은 이스트 안제리아 기후변화연구센터장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IPCC가 제시한 히말라야의 빙하가 2035년에 모두 다 사라진다는 결과도 조작되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결과는 영국과 미국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하여 초래했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고 기후변화의 과학적 신뢰도는 십자가에 걸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이를 조사한 다섯 개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모든 조사가 한 가지 결론이다. 한두 가지 잘못 설명된 것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의 연구는 철저했고 과학자들은 정직했다는 것이다.

올 3월말 영국 의회와 5월에는 영국의 로날드 옥스버그경(Lord Ronald Oxburgh)이 독립적으로 조사한 보고서가 그런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당국이 마이클 만 박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2월과 7월에 보도했는데 결론은 마이클 만 박사의 무죄를 선언해 주었다. 네덜란드의 환경청의 이 문제에 대한 보고서도 최근에 나왔는데 기후변화가 실질적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어떤 보고서는 오히려 IPCC의 예측이 너무나 약했다는 결론을 내었다.

영국의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증가가 IPCC에서 예측한 것 보다 3배는 더할 것으로 보고했다. 지난 5월의 미국과학원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인정된 과학적 사실”임을 선언하고 “지구 시스템이 더워지고 있고 이 더움은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보고서의 발표는 이메일 해킹처럼 주요언론의 대서특필의 제목이 되지 못한다. 언론기관을 감독하는 기능을 가진 콜롬비아 대학 산하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이러한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좀 더 주요 언론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독촉했다.
“이 조사 결과들이 블로그나 인터넷에서 보고되고, 주요 미디어에서는 간단하게 보도되거나 깊이 감추어져서 보도되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이를 다루었다. “이제 우리는 기후게이트를 뒤로하고 온난화에 대해 무언가 해야 할 때다. 지난 수요일 영국은 지난 연말에 불거진 이메일 해킹으로 인한 기후과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의심은 근거가 없고 온난화는 현재 일어나는 현상이고 이는 주로 인간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기후게이트에 관한 것은 13번이나 다루었어도, 그 조사 결과가 과학자들의 죄없음을 결론지었다는 기사는 한 번도 다루지 않는다고 비난받고 있다. 도용당한 이메일을 근거로 주요 언론은 대서특필을 했지만 과학계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에는 조용한 것이다. 결과는 일반인의 기후변화에 대한 의심을 부추겼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늦추게 했다.

한바탕의 소동을 격은 과학계는 과학적인 현상이 일반인에게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음을 절감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모두의 운명이 걸려 있기에 일반인이 알아서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고 정치인이 알아서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동안의 절실한 경고가 언론에서 무시당하거나 정치인에 의해 역으로 공격을 당해왔다.
‘사려깊은 과학자들의 유니언’은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알리고자 광고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한 소년이 잔디밭에 핀 꽃을 확대경으로 들여야 보는 사진이 있다.

사진에는 “데이비 이노우에, 저에 대한 광고를 보세요”라는 메모지가 붙어 있다. 그 메모를 클릭하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새와 벌들이 어떻게 날고 무엇을 먹을까 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과학자가 된 지금 제 질문은 좀 더 복잡해졌습니다. 기후변화가 야생화와 곤충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곤충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지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저는 사려깊은 과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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