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싸인 고래, 바다거북, 돌고래 그리고
기름에 싸인 고래, 바다거북, 돌고래 그리고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6.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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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기름유출 복구기금 200억 달러 제공
미 사법부, BP 환경사범 처리 위한 재판

“2010년 6월 15일, 기름 누출 지점에서 남쪽 124km, 미시시피 남 페사콜라에서 241km 지점에서 길이 7.6m의 스펌고래 한마리가 죽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발견당시 시체는 이미 부패되어 심하게 뜯겨져 있었다. 스펌고래는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다.

같은 날, 미국 해양 및 대기권관리청(NOAA)의 바다거북 구조팀이 15마리의 바다거북을 구조했다. 야생동물구조단은 7마리의 거북을 구조, 오토반 야생동물 회생센터로 운반했다. 4월 30일부터 6월 15일까지 총 449마리의 바다거북이 텍사스·루이지에나 주경에서 아파라치콜라 사이의 기름 유출지역에서 죽거나 쓰러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중 350마리는 죽은 상태로 발견됐고 33마리는 쓰러져 있었으나 살아 있는 상태였다. 살아있던 33마리중 4마리는 곧 죽었고 4마리는 회생되어 풀어 주었다. 현재 25마리가 회생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다. 45마리의 돌고래가 같은 기간 동안 기름 유출지역 안에서 쓰러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중 2마리는 살아 있었는데, 한 마리는 모래사장에 나와서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안락사시켰다. ”

위 인용은 NOAA 홈페이지의 BP 기름 재앙에 대한 업데이트에서 발췌한 것이다. 티벳의 망명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최근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BP 재앙에 대해 “모두가 경제적 손실과 산업계의 파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죽어가는 수 천, 수 만의 해양 동식물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교 금강경에 이런 말이 있다. “저 숲 속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며 구름과 태양 그리고 흐르는 물이 그대로 부처다”

생태계의 모든 것에서 부처를 발견해야 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다. 게놈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프란시스 콜린스는 그의 책 ‘신의 언어(The Language of God)’에서 게놈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신이 놀란 사실을 설명한다. 컴퓨터를 사용하여 인간 DNA의 한 부분을 선택하여 그 시퀀스가 다른 동물에도 존재하는지를 조사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인간의 DNA 시퀀스는 침팬지와 100%, 개와 99%, 쥐와 99%, 닭과 75%, 과일 파리와 60%, 지렁이와 35%가 같다고 한다.

BP 재앙은 한 기업의 사고로 시작됐지만 이 사고는 기후변화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지구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 BP는 인류역사에 전례없이 깊은 심해의 바닥에 구멍을 뚫는 프로젝트에 경제적인 이유로 안전장치도 거부하고 지구가 수 억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기름을 꺼내 돈을 벌고자 욕심의 천공 기계를 들이댔다. 그 파괴적 영향은 역사 이래로 가장 커서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국민방송을 했다. 그는 이 재앙에 대처할 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는 기업의 욕심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석유산업을 관장하는 감독기관의 장을 새로 임명해 철저한 감독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청정에너지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BP에게 이 재앙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복구 기금을 마련하라고 했다.

BP는 이 기금으로 200억 달러를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미 사법부는 BP를 환경사범으로 처벌하기 위한 형사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에 의하면 기름 유출 자체만으로도 벌금이 2억8000만 달러인데 법정에서 환경사범으로 입증되면 벌금은 한층 더 많아 질 것이라고 한다. 한 분석가는 BP의 총 손해액이 630억 달러정도 될 것으로 산출했다. 벌금 외에 정부기관과의 계약에서 고액 벌금의 사유로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BP는 작년 한 해에만 16억 달러 상당의 항공연료와 다른 제품들을 군 기관에 납품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사들이 관계 법안을 다 동원해 BP를 환경사범으로 입증하려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BP가 바다밑 기름 유출로 인해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스펌고래와 바다거북, 돌고래는 그래도 추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유기물을 부패시키고 그것을 먹이로 삼아 자라는 박테리아와 지렁이, 각종 곤충, 벌과 새, 바다의 산호초와 프랑크톤, 작은 물고기들이 생태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다. 가이아이론에 의하면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로 그 안의 모든 유기물과 무기물이 상호의존하면서 존재한다고 한다. 풀 한 포기도 부처님으로 보는 불교의 관점과 콜린스 박사가 일깨워주는 인간의 DNA가 생태계의 모든 동물과 비중이 다를지언정 같이 나눈다는 과학적인 사실과도 일치한다.

폭발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되가도 막을 수 없는 기름의 확산은 멕시코만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 의식의 깊은 바다도 황폐화시킨다. 이것이 달라이 라마가 아파하는 그것일 것이다.
BP의 그 많은 돈으로 복구할 수 있을 것인지, 오바마의 야심찬 청정에너지 계획으로 복구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지금껏 우리가 아는 인간의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인지. 이런 질문을 이번 BP 재앙이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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