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 해상풍력 코리아’ 흥행코드 분석
판매가격 기준 제시해야… 계통연계 비용·방법 ‘최대변수’
‘오, 필승! 해상풍력 코리아’ 흥행코드 분석
판매가격 기준 제시해야… 계통연계 비용·방법 ‘최대변수’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5.3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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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세계 해상풍력 정복기를 다루게 될 ‘오, 필승! 해상풍력 코리아’는 과연 험난한 제작과정을 극복하고, 세계 무대에서 흥행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한국 정부 감독, 삼성중·현대중 등 국내 조선사들 공동 주연, 한전을 비롯한 발전 5사, 건설사, 지자체, 연구소 등 산·학·연·관 조연 총출동. 극중 배경 역시 강원도에서 제주까지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해외 올로케까지 기획하고 있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오, 필승 해상풍력’이 크랭크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외 흥행 여건도 무난하다. 정부의 녹색성장을 대표할 핵심산업 중 하나로 해상풍력이 물망에 올랐고,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찬사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잘 차려진 밥상에서 맛있게 밥을 먹기만 하면 되는 주인공들도 캐스팅이 확정됐다.
주·조연 배우들은 밤샘 촬영이라도 불사하면서 제작기간을 단축시켜 하루빨리 개봉관을 잡자는 분위기다. 제작비 문제도 시나리오만 괜찮으면 주연들이 투자하겠다는 메시지를 감독에게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속편 ‘조선산업’에 대한 감동이 각인돼있어 이번에도 ‘작품성’만 확보하면 제2의 흥행신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우들의 연기력, 스탭들의 헌신과 전체를 조율하는 감독의 역량, 여기에 UAE 원전수주에 결정타를 날린 바 있는 대통령의 특별출연까지 더해진다면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도 노릴 만하다고 덧붙인다. 

 문제는 제작 과정이다. 곳곳에 복병이 숨어있다. 초기 제작비 부담, 수익성 확보, 티켓 가격에 포함시켜야 할 정부 지원금과 관객 부담금, 배급망 구축, 촬영지 선정, 촬영 허가 과정 등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라 NG가 날 우려도 줄었지만 까다로운 해상여건을 이겨내야 한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다 보니 경험도 없고, 인프라도 없고, 특히 관련 법이 없다.

흥행코드 하나 ‘사업성’
해상풍력은 너무나 당연히 육상과 다르다. 발전기가 세워지는 지점의 수심과 해변에서의 거리가 설치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상구조물에 들어가는 건설비도 육상에 비해 2배나 더 들고, 무엇보다 계통연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바다에 멀리 떨어져 있으니 유지·보수 비용도 더 많이 든다.

우리나라는 아직 해상풍력에 대한 전력판매가격이 전무하다. 사업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결정요인인 ‘가격’이 없다보니 투자자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상풍력이 활성화된 국가들은 한결같이 육상과 차별화된 가격으로 발전차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육상은 kW당 150원, 해상은 230~250원 수준의 가격을 보장해준다. 국내의 경우 육상은 kW당 107.29원인데 그나마 이것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줄어든다. 현재 정부는 2012년부터 시행되는 RPS 제도 하에서 해상풍력 가중치를 2배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해상풍력용 시스템을 개발 중인 A 기업 임원은 “해상풍력 수익성이 육상과 비슷한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가중치를 두 배 줘도, 투자비가 두 배 이상 들면 발전사들의 사업시행에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을 계통연계 비용이 차지할텐데 발전자회사가 아닌 민간발전사업자가 REC를 확보하겠다고 사업에 뛰어들 수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발전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에너지원에 투자를 집중해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조력발전이 매력적이지만 지역주민 반발, 환경단체의 반대라는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발전사들이 해상풍력에 최적지를 선점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부발전은 발전사 중 유일하게 풍력전문개발팀을 두고 있고, 이미 2005년부터 정부의 해상풍력 실증연구단지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2012년까지 서해안 일대에 660MW급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부발전은 해상풍력, 강화조력 등 해양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흥행코드 둘 ‘계통연계’
지경부가 지난 2008년 10월 발주한 ‘국내해역의 중형풍력발전 플랜트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을 수행 중인 한전전력연구원의 이준신 박사에 따르면 한반도 서남해안은 권역별로 500MW에서 1000MW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여기에 바람 세기, 수심, 변전소나 해안으로부터의 거리 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계통연계 방안으로는 154kV와 345kV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비용에 따른 경제성,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수도권으로 송전이 가능하고, 인근 지역과의 연계성 등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관련 기업들은 계통연계 부분은 정부와 한전이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발전단지가 커지고,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계통연계 비용이 커지기 마련인데 비용 부담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발표된 프로젝트가 실현되려면 신규 송전설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준신 박사는 “실제 해상풍력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계통연계”라고 지적한다. 보통 수백 메가와트 단위로 조성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대량으로 전력을 생산해도, 전력사용이 많은 서울로 보낼 수 없다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흥행코드 셋 ‘인프라’
해상풍력 조성과정은 복잡하다. 해저에 파일을 박고, 바지선으로 기초부를 싣고 가 해양구조물 운반선으로 설치한 다음 타워, 나셀, 블레이드를 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직 시도된 적이 없다보니 운반, 설치 과정에서 필요한 인프라가 미비하다. 블레이드 길이만 해도 50m가 넘는데 전체 시스템을 배로 옮기려면 특수선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빌려오는 비용만 해도 하루 1억원선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사업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해상풍력용 특수선박을 수주한 바 있다.

흥행코드 넷 ‘정부의 정책’
마지막에 나왔다고 해서 덜 중요한게 아니라,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을 기능케 하려면 범부처 차원의 정책공조와 이것이 명문화된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들은 국토해양부 소관이고,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건 지식경제부 몫이다. 여기에 수산자원이 관련돼 있으면 농림수산부까지 가세해야 한다.

그린홈을 놓고 국토부와 지경부가 보여준 모습이나 바이오에너지와 관련 지경부와 농림부, 환경부의 중복투자가 이뤄지는 사례들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더욱이 해상풍력은 지경부, 국토부 모두에게 낯선 영역인데 정책공조가 절실하다. 다행히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놓고 보면 지경부는 전력생산과 수출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국토부는 설치를 위한 기초공사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허가 과정이다. 실제 사업 추진 열쇠를 쥐고 있는 인·허가의 경우 지경부, 국토부, 환경부, 소방방재청, 보건복지가족부, 전기안전공사, 재난안전대책본부 등 복잡하고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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