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으로 제 2의 조선산업 신화 꿈꾼다
해상풍력으로 제 2의 조선산업 신화 꿈꾼다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5.3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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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어 북미·아시아까지 매년 30% 확대
‘수출·RPS·고용창출’ 이게 바로 신성장동력


세계 해상풍력 시장의 거침없는 성장세가 눈부시다. 불과 2008년만 하더라도 유럽 중심의 시장이었던 것이 2013년 이후에는 미국과 아시아로 확대될 전망이다. 덴마크의 풍력전문 컨설팅사인 BTM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총 689MW의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새로 생겨났다.

2008년 344MW의 두 배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앞으로 5년간 예정돼 있는 해상풍력 누적용량만 해도 1만3488MW에 달한다. 이 중 유럽이 1만1356MW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북미와 아시아에서도 속속 신규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점차 비중을 늘려갈 태세다.

유럽에서도 덴마크와 독일, 영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991년 빈데비(Vindeby) 지역에 450kW급 풍력발전기 11기를 설치,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을 시도한 덴마크는 오는 2050년까지 오로지 바람으로만 필요한 전력을 만들어 쓰겠다며 ‘석유 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무려 20~25GW를 해상풍력으로 확보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자국시장을 바탕으로 기술에서도 한 발 앞서 있다. 세계 최초로 해상에서 20km 떨어진 곳에 5MW급 대형 발전기를 이용한 풍력단지를 추진한다. 작년 한 해에만 306MW를 추가하면서 누적용량 894MW를 기록한 영국 역시 2020년까지 5000~7000기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 누적용량 25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 이어 북미·아시아로 시장 확대
계획대로라면 2020년 유럽의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40GW로 유럽의 풍력발전기 4대 중 1대는 바다에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48TWh의 전력이 바람으로 생산된다는 것인데 이는 유럽 전기소비량의 3.6~4.3%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이 수치는 육상풍력으로 만들어지는 582TWh를 더하면 14.3%~16.9%까지 올라간다.
유럽 국가들의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바람은 해상풍력을 통해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풍력에너지협회(EWEA)가 2030년까지 유럽 전력수요의 23%를 풍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변화도 세계 풍력시장을 흥분시키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5390MW의 해상풍력 목표를 밝혔다. 파악된 해상풍력 잠재용량은 무려 1000GW. 내년이면 미국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가동에 들어간다. 보스턴의 케이프 코드(Cape Cod)에 들어서는 이 발전단지는 GE 윈드사의 3.6MW급 제품 130기로 구성된 468MW 규모다. 이미 유럽의 메이저기업이 장악한 유럽 해상풍력 시장과는 달리 GE 윈드가 유일하게 해상풍력용 발전기를 개발한 상태다. 유럽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 공세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정부가 앞장서 빠른 속도로 기술개발과 발전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는 중국도 상하이 엑스포를 의식, 100MW 규모 해상풍력에 착수했다. 육상풍력 분야 자체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해상풍력까지 추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3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해상풍력시장의 주도권 역시 베스타스, 지멘스, GE윈드, 리파워, 에너콘 등 덴마크, 독일, 미국 기업이 쥐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국의 에너지믹스에서 풍력이 주력 에너지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환경에서 사업을 해왔다. 풍부하고 안정적인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한 덕분에 해외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발휘, 후발주자와의 기술·가격 격차를 벌려 놨다. 베스타스는 이미 2002년에 해상풍력용 3MW급 제품 실증에 착수, 3년 뒤인 2005년에는 4.5MW 실증에 들어갔다.

 3MW 상용화 과정에서 설계결함으로 판매중단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메이저 기업은 지금 초대형 제품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크면 클수록 경제성도 덩달아 좋아지는 해상풍력 특성상 대형 발전기는 풍력 기업의 미래다. 해상풍력 주력 용량인 3MW를 훌쩍 뛰어 넘어 4.5~8MW까지 ‘더 크게’를 모토로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세계 해상풍력시장 ‘속도전’
불과 4, 5년 전만 해도 이들 메이저기업에게 한국은 ‘구매력이 약한 고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한국의 풍력산업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180도 바뀌었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IT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한 한국, 지난해부터 세계 풍력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내기 시작한 한국의 풍력 제조사들을 경쟁상대로 재인식하기에 이른 것이다.  

세계 조선산업의 강자, 중공업사들이 일제히 풍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타워, 플랜지, 메인샤프트 등 단조를 통한 부품 분야 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대표할만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해상풍력에 주목, 아낌없는 지원에 나설 태세다.
지방정부들도 지역경제와 고용창출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산업으로 해상풍력에 주목했다. 대규모 발전단지와 산업단지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과, ‘속도’다. 5년 전, 아니 3년이라도 먼저 시작했다면 2010년 한국의 풍력산업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눈앞에 펼쳐진 해상풍력 시장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2010년 풍력시장은 약 6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5년 후인 2015년에는 3배가 넘는 20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조선시장 규모가 약 10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 조선’으로 해상풍력을 꼽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2, 3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까지 메이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내야 한다.

국내 풍력 정책과 제조업 환경을 감안하면 유럽의 성공스토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 천혜의 바람자원에 재생에너지에 일찍 눈을 돌린 유럽과 비교하기엔 우리가 가진 조건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풍력을 전력공급원이라기 보다 유망 수출아이템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정부의 정책적 관점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불러올 수도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심이 얕은 서남해안을 갖춘 한반도의 해상풍력 단지를 수출용 실증운전 실적을 확보하는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견해도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바탕으로 태양광산업을 일궈냈으면서도 정부 내부에서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정부는 조만간 해상풍력 활성화 정책을 공개한다. 현재 한전전력연구원이 추진 중인 ‘국내 해역의 중형 풍력발전 플랜트 타당성 조사연구’ 과제가 끝나는 대로 100MW급 시범사업 대상지역을 선정하고, 풍황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늦어도 9월에는 해상풍력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방침이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과 관련 부품산업 육성방안, 수출 지원방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산 해상풍력용 발전기 개발이 2012년이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그 전에 계통연계 등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해상풍력에 대한 민관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는 2010년, 한국은 해상풍력 강국으로 가는 위대한 도전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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