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
공정한 게임 위해서는
‘플레이와 심판’ 분리돼야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
공정한 게임 위해서는
‘플레이와 심판’ 분리돼야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0.05.3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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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비중 커짐에 따라 전력거래소 역할 확대될 수밖에 없어

염명천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전문가다. 산자부 석탄, 석유과장을 거쳤고 경수로기획단에서도 일을 했다. 기후변화기획관과 전기위원회 사무국장도 역임했으니 에너지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염명천 이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욱이 최근 전력구조개편과 관련 전력거래소의 위상을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염 이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난달 14일 취임 이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염 이사장을 만나 현안과 거래소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변국영 기자>


- 한전 발전자회사 통합과 관련 전력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KDI 용역결과에 따라 향후 전력산업의 큰 윤곽이 그려질 것입니다. 전력거래소도 결과에 따라 위상에 변화가 오겠지요. 사실 불안한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KDI 용역 결과 발표이후 정부, 관련기관,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토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만약 정부 방침이 한전 통합 쪽으로 크게 치우친다면 전력거래소 입지가 크게 좁아지거나 심하면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게임은 언제나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를 직접하는 플레이와 이를 심판하고 관리하는 부분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고 봅니다. 축구경기에서 어떤 강팀이 축구경기를 자신들이 심판하고 관리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겠습니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비유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말기와 플랫폼은 별도의 부분이 돼야 합니다. 단말기 업체가 플랫폼을 장악해서는 안되겠지요.

- 전력구조개편 문제와 별개로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거래소의 역할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 전기에너지의 비중이 날로 확대됨에 따라 향후 전력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2008년 최종에너지 소비량 중 18.1%를 전기에너지가 차지했습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고 전기 난방기기 보급 확대 등으로 전기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추세를 본다면 전력거래소의 역할을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고 중요해질 것입니다.

- 녹색성장이 화두입니다. 거래소 역시 녹색성장과 관련 여러 가지 역할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스마트그리드는 거래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 우리는 스마트그리드 조기 구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국가단위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수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국가 로드맵 수립 5대 분과 중 2개 분과(비전·국제협력)의 간사기관 역할을 했고 미국 PJM과 스마트그리드 분야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사업 역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앞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실증단지 전체의 기술적·상업적 통합관제소인 통합운영센터를 구축하고 실시간 가격신호 구현 및 스마트그리드 환경 아래서의 안정적인 계통운영방안을 검증하게 될 것입니다.
전력거래소는 앞으로도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위한 신전력시장 인프라 구축이나 법·제도 개선 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 2012년 RPS가 시행됩니다. 전력거래소가 신재생에너지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이 부분에서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그렇습니다. RPS가 시행되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인증기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RPS 공급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급 인증업무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증서 발급의 필수전제인 신재생 전력량을 직접적으로 취득할 수 있고 전력시장에 경험이 있는 인력이나 운영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력거래소의 강점입니다. 

인증서 구매주체의 95% 이상이 전력시장 회원사입니다. 시장정산금을 활용해 채무불이행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더욱이 해외에서도 대부분 전력거래소가 공급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는 그동안 공급인증기관 지정에 대비해 준비를 착실히 해왔습니다. 정부 RPS 추진기획단 및 RPS 제도연구 TF팀에 참여했고 지난해 9월 전력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RPS 태양광 시범사업의 공급인증서 발급기관으로 지정돼 관련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탄소배출권 거래기관 지정 역시 한국거래소와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전력거래소가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것으로 준비해 온 것으로 들었습니다.
▲ 지난 4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및 시행령이 발효됨에 따라  탄소배출권거래제법 제정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탄소배출권 거래기관 문제도 자연스럽게 뜨거워질 것입니다.
전력거래소가 탄소배출권 거래기관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에너지부문 특히 발전부문이 실제적으로 배출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4%를 에너지부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량의 60∼70%를 발전부문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유럽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배출권거래량의 70%를 발전부문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를 봐도 전력거래소를 기반으로 배출권거래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출권과 전력이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전력시장과 배출권시장과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부와 고립돼 있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와 전력수급의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EU 등은 전력이나 LNG 등이 외부국가와 연계·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만약에 배출권거래와 전력수급이 따로 움직인다면 배출권 거래에 따른 전력공급 부족 및 LNG 등 연료수급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력거래소는 배출권 시장과 에너지시장을 연계·조정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탄소배출권 거래기관으로 지정되기 위해 그동안 모의거래 등 배출권거래 기반을 구축하고 내부역량을 강화해 왔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실정에 맞는 배출권 모의거래를 시행했고 거래소 교육센터 내에 배출권거래전문가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기준지표인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는 물론 국제 배출권시장과의 연계를 위해 시카고기후거래소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 관료생활을 떠나 공기업 CEO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구상입니까.
▲ 앞서 언급했듯이 전기에너지의 소비를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전기가 에너지소비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력거래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역할을 중요성에 비해 우리 전력거래소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력거래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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