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이야기
MOU 이야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0.05.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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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외국기업이 국내 대기업 한 곳과 MOU를 체결했다.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에 온 외국기업은 협상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과 MOU가 필요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은 이 외국기업과는 사업 아이템에 있어 유사한 것이 있을 뿐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때문에 이 외국기업과 MOU를 체결할 사전의 협의도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외국기업은 자신들과 MOU를 체결해서 서로 나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들이대서 결국 이튿날 MOU 체결 기사가 언론을 탔다.
한 때 MOU 체결이 언론의 주요기사가 되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꽤 중요한 기사로 다루는 언론도 없지 않기는 하지만 중요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이처럼 너무나 많은 MOU가 남발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MOU를 좋아 하는지 유럽이나 미국 비즈니스맨들이 잘 알고 있어 우리가 MOU를 요청도 하기 전에 접대용으로 MOU를 해 주는 것이 현실이라고들 했다. 이러한 말에 신빙성이 있는 것이 국내 기관장이나 CEO들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기본적으로 내놓는 것이 MOU 보도자료란 것을 알면 웬만한 사람들은 이해가 될 법도 할 것이다. 해외 출장을 가서 그쪽 CEO와 차 한 잔 했으니 앞으로 잘해보자는 말 정도는 오고 갔을 터. MOU를 들고 오는 것을 하나의 표현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국내, 정확히 말하면 지경부 산하 기관들의 MOU가 넘쳐난다. 지경부 산하 이외의 기관과 MOU를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때로는 지경부 산하기관끼리 MOU를 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같은 부처 산하기관인데 업무 협조가 얼마나 안 되기에 굳이 MOU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심지어 어떤 기관장은 한 달에 서너 건씩 MOU 사인을 해내기도 한다. 때문에 MOU 기관장이라는 닉네임이 떠돌기도 한다. MOU는 서로 업무를 같이 할 것을 찾아 하자는 약정이다. MOU가 많이 체결한 기관에 MOU 체결 이후 실천 내용을 알아보았더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기관의 홍보, 기관장의 홍보성 보도자료였을 뿐이었다.

그러면 공공기관장들은 왜 시간을 뺏겨가면서 MOU를 하고 다닐까. 그 것은 기관장 근무 평가 항목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MOU 체결의 당사자는 서로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MOU라는 명분을 내세워 점심 한 끼 하고 사진 한 번 찍는 것이다. 서로서로 요즘말로 윈윈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입시에 반영한다고 하다가 부작용이 일어나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관장이라 하면 우리 사회의 최고위층의 지도자급 인사들이다.
이들도 점수를 따기 위해 MOU를 한다면 우리는 자식들의 점수 따는 봉사활동을 논할 자격이 없다.
우리의 공기관장들이 점수를 따는 데 얼마나 심취했으면 우리들의 이러한 세태가 지구촌에 알려졌을까? 더불어 기관장 평가 방법이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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