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덜어내기
에너지 덜어내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0.03.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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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 아톰, 로봇 태권브이, 독수리 오형제,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모두 다 지구를 지킨 영웅들이다. 어릴 적에 망토를 둘러쓰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동네 어귀를 뛰어 다녔던 일이 생각난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겪었을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면서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을 때려눕히는 상상 정도는 해 보았을 일이다. 요즘 들어서는 텔레비전이나 만화의 주인공도 많이 다양해졌다. 아마도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이 바뀌었거나 그보다는 매체를 즐기는 아이들의 관심사가 예전과 달라졌을 것이다. 그때 지구를 위협하는 자는 항상 악당이었고 외부에 있었으며 거칠고 험상궂은 모습에다 거의 대부분 덩치가 우리의 영웅들보다 더 컸었다고 기억된다.  우리의 영웅은 처음에는 악당의 한 주먹에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용기백배하고 지혜를 짜내어 결국 악당을 물리친다.

기후변화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러 번에 걸쳐 설명과 강의 그리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그럴 때마다 자주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 얘기를 꺼내곤 했다. 기후를 관찰하고 기후변화 현상과 관련한 과학은 관련 전문가들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둘러대면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기후변화가 지구와 인류를 위협할거라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오늘의 나에게 온실가스가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언론 매체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옛일을 떠올리며 지구를 지켜보려 하는데 어떤 놈을 상대해야 하는지 잘 찾아지지 않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온실가스는 에너지, 그중에서도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 배출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화석에너지로 불리는 놈들, 석탄, 석유, 가스 등을 나의 주변에서 찾아본다. 석탄은 보이지 않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러 주유소에 가도 휘발유나 경유라고 써 있기는 한데 실제 밖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없다. 가장 가까운 부엌에 가서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는 가스레인지를 켜 본다. 곧 불꽃이 올라오고 가스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연료인 천연가스를 직접 본 적은 없다. 매일 사용하고 있는 다른 종류의 상품들은 모양도 있고 크기도 무게도 있어서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고 얼마나 사야하는지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 고민한다. 그런데 화석에너지라는 녀석은 내가 어떤 종류를 사야하는지 골라본 적도 없고, 화석에너지에는 명품이라는 것은 없으니 사치를 해본 적은 없는 듯 싶다.

이제 화석에너지를 상대하기는 포기한다.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찾아본다. 내가 사용하는 모든 상품을 만들 때 에너지가 사용되는 줄은 알지만 집에서 직접 쓰고 요금을 내는 것은 가스와 전기이며, 차를 몰고 다니려면 주유소에 가야한다. 가스레인지는 이미 설치되어 있고 효율이 높은지는 잘 모른다. 매일 먹는 끼니 수를 줄일 수는 없다. 텔레비전과 냉장고도 구입 시기를 기억할 수 없을만큼 되었다. 냉장고는 스물 네시간 켜있고, 나는 뉴스를 보고 아내는 드라마 한두 개는 매일 본다. 차량은 필요 시 타고 다닌다. 그러면서 이들을 사용할 때마다 효율등급이 높은 가전기기 연비가 좋은 차량을 구입한 것 정도를 뿌듯하게 느낀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 비만을 탈출하자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실제로 과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데 배며 옆구리며 살들이 넘친다. 소득이 좀 늘어나면서 살들도 더욱 늘었다,
 에너지도 그렇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노력하는 만큼 빠지지도 않는다. 꽤나 오랫동안 에너지 다이어트라는 사회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나의 생활속에 여기저기 조금씩 묻어있는 에너지 덩어리들을 내가 미워하는 살덩어리 떼어내는 심정으로 줄이지는 못했다.

웰빙은 음식의 열량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열량도 조절하는 것이리라.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생각하면서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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