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해킹과 세계의 탄소시장
이메일 해킹과 세계의 탄소시장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3.15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연말 코펜하겐의 기후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영국에서 일어난 이메일 해킹 사건은 지구촌 전반에 직접 간접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한 사건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은 불법적인 해킹 행위를 한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불법적으로 해킹된 이메일의 문서로 인해 기후과학자들과 IPCC가 민중의 법정에 서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9년 11월 17일 영국의 이스트 앵르리카 대학 당국은 대학 서버의 160MB에 해당하는 데이타가 해킹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문서들은 대학의 기후변화연구 웹사이트에 지정된 서버로 1996년부터 2009년까지의 기후변화관계 연구에 관한 문서 3000개와 이메일 1000개의 자료들이다. 이중에는 IPCC의 보고서에 포함된 문서들도 있다. 해킹된 자료들은 곧 러시아 IP 주소와 사우디아라비아 IP 주소를 달고 전세계로 퍼지면서 기후변화 거부자들의 블로그로 신속하게 퍼져나갔다. 대부분의 문서들의 과학적인 자료들이다. 문제의 초점이 된 것은 기후변화연구단의 단장 필 존스와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의 마이클 만 교수가 서로 교환한 이메일과 2001년 IPCC 보고서에 사용된 지구 온도 상승 그래프에 대한 조작가능성이 문제가 됐다. 이메일은 기후변화 거부자들과 주류 미디어들에 대해 좋지 않게 언급이 되어 있다.

이에 대응하여 대학은 바로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영국 경찰은 해킹자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여론이 들끓자 영국의회는 1월 22일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발표했다. IPCC 판쵸리 의장은 ‘심각한 일’로 간주하고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겠지만 자체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즈와 워싱톤포스트 주요 신문이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것을 “기후변화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거짓말”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전 에너지위원회 의장 공화당 의원 인하프가 놓칠 리가 없다.

또한 석유산업계는 그들이 기후변화법 통과를 막기 위해 만든 ‘에너지 시민’ 조직의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일대 기후포럼의 편집자 버드 워드는 공영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점점 추하게 되어 극히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기후과학 연구에 종사해온 과학자들은 이메일로 현관 문앞에 괴문서를 받고 있는데 “더 이상 이 분야의 일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의 현관 앞에 죽은 쥐가 던져지면서 ‘이것이 당신일 수도 있고 당신의 자녀가 될 수도 있다’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고 과장없이 말했다.

세계의 탄소시장의 탄소값은 현재 가장 낮은 상태다. 지난 6개월 동안 유럽연합의 탄소값이 3분의 2로 떨어졌다고 ‘세계 지속적 발전 사업자 카운슬(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 inable Development)’이 발표했다. 그리고 이렇게 탄소값이 떨어진 상태에서 당초에 계획했던 배출권을 경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디펜던트지는 낮은 탄소값으로 인해 청정에너지 기술의 투자가 저조해 질것을 우려하고 심지어 9유로까지 떨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최초의 의무적 탄소시장 RGGI의 탄소값도 최근의 옥션에서 2.05불로 마감되었다. 작년 9월 옥션에서는 $2.19이었다.

가디언지는 영국의 믿을만한 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Ipsos Mori)의 조사를 인용해 기후변화의 위협을 믿는 영국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분명한 사실’로 믿는 사람이 작년의 44%에서 지난 2월 조사에서는 30%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이는 11월에 터진 이스트 앵글리카 대학의 이메일 사건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윌리암 프르던버그 산타바바라대(환경과사회학) 교수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연구결과가 주류 미디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기후변화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논문은 소수이고 20배가 넘는 연구논문은 기후변화의 진행 상태가 IPCC가 발표한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으로 진행됨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는 “어떤 저널리스트가 양쪽을 다 취재를 한다면, IPCC가 기후변화의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어 갈지를 충분히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더 과학적인 신뢰를 갖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보통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게 됩니다. 어떤 기사가 앞면 기사로 선택이 되느냐 하는 것은 비교적 작은 한정된 그룹인데 이들의 대분은 주요 석유회사에서 자금을 받는 싱크탱크와 연계되어 있어 있습니다”라고 NPR과 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기후과학협회’는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그동안 협회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기후변화는 인간이 원인’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비록 이 사건에서 제기된 과학적 부적당성이 사실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기후과학에 주는 충격은 지극히 작다”고 발표했다.

탄소시장은 ‘정치적 창조물’이다. 여론과 정치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 탄소시장 또한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메일사건에 대한 공방이 아무리 소란해도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빙하는 녹고 있다. 지난 1월의 폭설이 아무리 심했어도 1월의 세계 평균기온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