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와 탄소시장
미국의 정치와 탄소시장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3.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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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코펜하겐에서 국제적 기후협상이 결렬된 이후로 탄소가격은 계속 떨어져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럽연합 탄소시장(ETS)에서 팔리는 탄소가격은 회의 당시의 14.70 유로에서 현재 12.40 유로로 떨어졌다. 한때 2008년 30 유로까지 갔던 최고치에 비하면 50%의 가치 감소를 보인 것이다.

코펜하겐은 미국의 새로운 정치 의지로 기대가 컸지만 결국 어떤 동의안도 내놓지 못했다. 미국 내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양당공동 협상을 끌어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실패하고 대안 없이 “NO”만 하는 공화당의 태도에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CNN은 ‘결렬된 정부(Broken Government)’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에너지 및 기후법에 관한 한 하원에서는 통과되었지만 상원의 통과를 저지하는 공화당의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상원 통과에 대한 압력을 넣기 위해 환경청에서는 온난화가스를 공중위생에 해악이 되는 ‘위험물질’로 규정해 대법원 판시에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발표했다.

이 법 규제를 반대하는 16개의 소송이 환경청을 상대로 들어와 있다. 지난 주 환경청장 리사 잭슨은 지역구가 석유나 석탄산업에 의존하는 주 출신의 민주당 의원 8명이 보낸 편지에 대응하는 답을 발표했다. 잭슨은 2011년 전반부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술적으로 확실하게 제한하는 시설 400개 이하에 배출허가권이 발부 될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그전에 발표했던 연 2만5000톤 이상의 온난화가스의 제한의 폭을 좀 더 높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감축대상은 2011년에 신축되거나 확장되는 대형 시설에만 적용된다고 했다.

잭슨 청장은 의회에서 인하프 의원이 주도하는 환경위원회의 공화당의원들에게서 반박을 받았다. 공화당의원들은 ‘온난화 가스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과 이스턴 안제리아 과학자들의 이메일 누설로 제기된 IPCC의 보고서가 조작됐음을 주장했다.

잭슨은 “여기에 대한 과학적인 논란은 이미 끝났고 온난화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IPCC의 보고서가 잘못된 것이 아니면 이메일 교환메세지가 이 사실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고 대응했다. 잭슨 청장은 또한 환경청에 들어온 그 소송들이 이길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원에 상정될 기후법에 대한 의견은 의원들 사이에서 분분하다. 공화당의원들의 주장은 그 법이 기존 산업에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방법을 얘기한다.

즉 일부의 석유발전산업에는 캡 앤드 트레이드를 적용하고 다른 공해산업체에는 탄소세를 적용하고, 교통산업은 아예 적용하지 않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워싱턴의 에너지 정책분야의 인사이더들은 의견들이 논의만 무성할 뿐 가결이 되는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할 만한 안은 아직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안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정한 2020년까지 17%의 감축 목표를 달성할 지는 의문이다.

에너지 및 기후법의 통과를 위한 로비그룹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Uscap(The US ClimateAction Partnership)인데 이의 가장 굵직한 멤버 3명이 이탈했다. 이들은 석유산업의 거물들인 코노코필립스와 BP 아메리카와 채광 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다. Uscap의 멤버들은 다우화학, GE, 제너럴 모터스 외의 회사들과 몇 개의 환경그룹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 내 최대의 천연가스 제조 및 정유시설을 휴스턴에 둔 코노코필립스의 회장이며 CEO인 짐 멀바는 하원에서 통과된 기후법이 교통산업이 공평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UScap의 스폭스맨은 멤버들이 바뀌는 것은 통상적인 것이고 어떤 멤버가 나가면 다른 멤버가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2010년에 에너지 및 기후법이 되면 에너지 및 녹색산업분야의 고용창출이 증대되고 미국의 에너지 미래가 확실해지고, 세계적인 녹색에너지 경제에 투자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녹색경제의 기조가 될 탄소시장의 형성이 난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자는 “탄소 시장은 전적으로 정치의 창조물이다. 세계의 어느 창조적인 금융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탄소배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는 중국과 인도의 정치적 의지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미래 그리고 인류의 다음세대의 삶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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