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는 플랫폼 상품과 같은 특성을 지닐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초기 단계에서 소비자의 수용보다는 보완재 또는 이를 창출해 내는 보완자의 역할이 스마트그리드의 가치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특징을 지닐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그리드의 예측 가능한 보완자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수요관리 사업자, 전기자동차 사업자, 가상발전소 사업자 등이 있다. 또 정보·통신 기술이 전력망에 융합되면서 통신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창의적인 보완자들이 대거 출현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러한 새로운 창의적인 보완자들의 역할이 스마트그리드의 성공 여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의 공급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창의적인 보완자를 어떻게 육성하고 장려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이 플랫폼 상품의 성공은 보완자와의 협력을 통한 플랫폼 리더십(platform leadership)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으며, 플랫폼 리더십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공급자는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산업생태계 내 협력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배분하고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상생을 기반으로 산업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에서 발휘되어야 할 플랫폼 리더십도 애플의 사례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공급자로 간주할 수 있는 전력사업자는 스마트그리드라는 산업생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보완자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며, 보완자로 간주할 수 있는 통신사업자 등이 창의적인 보완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스마트그리드의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유지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창의적인 보완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의 간단한 사례로 스마트미터를 들 수 있다. 스마트미터의 경우 단순히 전력량을 자동으로 검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과 검침 이외에 기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보완자들이 새로운 창의적인 보완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그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 놓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초기투자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수많은 전례에서 보듯이 보수적인 초기투자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으며, 특히 인프라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플랫폼 상품의 공급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과연 이일을 내부의 역량으로 해결하여야 하는지 또는 외부의 역량을 활용하여 해결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 말의 잠재적인 의미는 외부 역량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일을 내부의 역량만으로 해결하려 할 때는 보완자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며 소수의 보완자만으로는 결코 플랫폼 상품의 가치가 상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배전망이 단일 전력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스마트그리드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모든 보완재의 생산 및 공급도 전력회사에서 독점하고 싶은 유혹이 강할 수 있으며 또 스마트그리드에 참여하는 보완자를 보완자로 보기보다는 경쟁자로 간주하기가 쉽다. 그러나 스마트그리드가 플랫폼 상품의 특징을 가지는 한 보완자 없이는 성공할 수 없으며, 보완자를 경쟁자로 간주하는 환경에서는 결코 스마트그리드라는 산업생태계가 건강할 수 없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의 공급자는 플랫폼 상품의 산업생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 생태계를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의 진정한 플랫폼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스마트그리드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함으로써 모두가 염원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탄생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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