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과정이야”
“바보야, 문제는 과정이야”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2.0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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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합니다. 전 직원이 전수 현장조사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 다른 사업은 진행이 안됩니다. 지금 사무실에 3개월 밖에 안 된 여직원 한 명이 모든 업무를 보고 있어요. 다른 얘기는 할 여유조차 없는데 미안하지만 3월 이후에 다시 통화하면 안되겠습니까”

“조사원은 정부에서 수당을 지급한다는데 여기에 협조하는 기업에게는 기름값 한 푼 안 주고 한 달 내내 전수조사에만 매달리도록 하고 있어요. 평일은 어렵다고 휴일에 가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니까요. 보급사업 참여할 때 설치 규정을 준수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그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죠. 정부가 임의로 조사하는 부분에, 그것도 의무보증기간이 끝난 곳에 기업이 인력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해야 한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협회도 회원사 입장은 생각해주지 않고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달 18일부터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전수 현장조사를 두고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다.
지금까지 보급사업이 보여줄 수 있는 ‘숫자’에만 치중한 나머지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부 예산의 합리적인 집행이나 사후관리, 가동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상황 인식에서 출발한 조치다. 이번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보급제도를 개선하고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태양열주택이 한 때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뤘다는 점을 생각하면 늦은 감마저 있다. 최초 보급 시점부터 작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모든 설비에 대해 현장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겨울철에 성능이 떨어지는 태양열 설비의 특성상 ‘왜 하필이면 겨울에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있고, 많은 물량이 보급된 태양광 업계는 ‘이 많은 걸 언제 다 끝내나’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게 된다.

“정부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합니다. 길게 보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보급초기에는 설치 기준이 모호했고, 인증 제품이라도 중간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든 제품도 설치됐다는 것 모두 알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말 힘듭니다. 목적이 올바르면 과정도 올바르게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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