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바마 대통령 국정연설
미 오바마 대통령 국정연설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0.02.0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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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청정에너지 투자… “옳은 일이기에”

미국의 헌법은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가의 현 상황을 보고하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관한 방향을 의원들에게 알리는 것을 대통령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44대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그 의무를 수행했다. 세계 경제구조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경제붕괴 속 아프간과 이라크, 두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 속 미국의 국정을 떠맡았다. 청정에너지 산업을 부흥시켜 청정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제적인 노력을 하는 지도자가 되고, 가난한 나라를 돕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Yes, we can chan ge”의 48세의 활기차고 젊은 후보는 1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으로 의회 앞에 섰다. 어쩐지 희끗한 머리가 보이고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말대로 격동기였다. 미국의 부끄러움이기도 한 의료보험 개혁안은 의료보험업계의 거액 TV 광고와 로비, 각종 집회에서의 시위와 난동을 불사하는 반대로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기후법 또한 하원에서 겨우 통과됐지만 석유산업계는 의료보험업계와 똑같은 방법의 저지활동으로 상원 통과가 불투명하다. 판사의 9명 중 6명이 부시 행정부가 지명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기업의 거액자금을 선거자금으로 허용하는 것에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화를 내고 있다. 한때 68%까지 올라갔던 그의 지지도는 과도한 경기부양금액으로 인한 세금의 낭비, 국가부채의 증가, 멈추지 않는 실업률 증가에 대한 비난으로 인해 47%까지 떨어졌다. 더욱 타격적인 것은 고 케네디 상원의원의 수십년간의 민주당 의석이 공화당의석으로 바뀐 중간선거의 결과이다.

“지난 220년 동안 미국의 대통령들은 전쟁과 경제공황 등의 극심한 위기상황에서도 이 임무를 수행해 왔다”고 그는 국정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언제나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극복해 왔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는 그 시험대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가 요구하는 그 부름에 반드시 응답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그의 2년차 국정방향은 선거 캠페인의 주제를 일관성있게 주장한다. 가장 급선무인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월가에 준 300억달러를 돌려받아서 중소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과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새 공장을 짓고 새 장비 생산에 대한 투자활동과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고 외국으로 공장을 내보내는 기업에는 세금을 매긴다.

청정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소와 차세대 바이오연료와 청정석탄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위해 통합적인 에너지 및 기후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하원에서 통과된 기후법의 상원통과를 위하여 양당 협력을 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는 것이다. 그의 행정부는 작년에 청정에너지 개발과 암치료를 위한 기초과학에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결과는 벌써 노스 타코타와 캘리포니아에서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적자폭을 좁히기 위해 2011년부터 국방부 및 연방정부 의료보험을 제외한 모든 정부 부처가 예산을 동결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석유회사들의 펀드운영에 주던 세제 혜택을 없애고 부시 행정부에서 연봉 25만 달러 이상 납세자에게는 감소된 세율을 이전 상태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에서는 매일이 선거일’이 되어서 정치 논쟁만으로 시간을 마냥 보내는 것에 대해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워싱턴은 우리에게 몇 십년을 기다리라고 해왔습니다. 문제가 악화되어 최악으로 치닫는 그 순간에도 말입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촌각을 다투어 경제를 부흥시키고 독일은 기다리고만 있지 않습니다. 인도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다. (중략) 이 나라들은 2등에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중략) 저는 미국이 2등이 된다는 것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온난화에 대한 지속적인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기후변화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 증거를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효율과 청정에너지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옳은 일입니다”리고 강조했다.

기후학자 조지 롬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오바마의 일 년은 의회와 잘 지내고자’했지만 오바마의 2년차는 ‘의회를 주도하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의석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도하지 못하는 민주당과 민주당이 내놓는 정책마다 반대하는 것만이 새로운 정책이 되어 온 공화당으로 구성된 의회를 말이다. 타임의 칼럼니스트 핼퍼린은 “오바마의 1년은 워싱턴의 게임 속에서 놀았지만 그의 2년차는 자신이 한 약속처럼 워싱턴의 게임을 바꾸는 변화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정 수행 2년째를 맞는 그가 이른바 ‘옳은 일이니까 (Because it is right thing to do)’라는 게임을 워싱턴에서 도입하길 바란다. 그래서 옳은 일이기에 의료보험의 혜택이 온 국민에게 돌아가고 옳은 일이기에 기후법의 통과로 병든 지구를 담보로 한 게임에서 이겨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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