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비상으로 연료비 연동제 탄력 받나
전력수급 비상으로 연료비 연동제 탄력 받나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0.01.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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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장관, 요금개편 언급... 충분한 검증 필요

이상한파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연료비 연동제의 조기 시행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전력거래소에서 한국전력과 5개 발전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전력거래소, 에너지관리공단이 참석한 가운데 전력비상수급대책회의를 열고 동계 전력수요관리대책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한전이 내년 시행 예정인 연료비 연동제의 조기 시행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고 최경환 장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경환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2일 에너지절약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2006년 이후 3년간 전기요금은 3.1% 인상에 그쳤지만 등유가격은 32.9%, 도시가스는 12.2% 올랐다”며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개편해 수요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장관은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값이 싸고 편리하다고 해서 난방에 사용하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큰 낭비”라고까지 말했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도 이를 원료로 만든 전기요금은 정부 규제에 의해 원가 이하로 묶여 있어 이에 따라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교체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요금 저가정책이 에너지 다소비구조를 부축인 것이다.

현재의 전기요금은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구조라 어느 정도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으로 직접적인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명박 대통령이 ‘에너지 과소비 관공청 건물을 퇴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에너지 절약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가 곧 시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연료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급속한 요금부담 증가를 분산해 파급효과를 완화하고 연료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즉각적으로 요금을 인하해 소비자에게 원가 하락 분만큼을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경부가 전기료 인상을 위해 교묘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료 인상을 가정 사실화 한 후 이번 전력수요 폭등은 더 없이 좋은 핑계거리라는 것이다.

반발 또한 심할 전망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될 경우 올해 경기 회복세로 볼 때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반 가정은 물론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고 잦은 요금 변동 폭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이 적자를 메우려고 전기요금을 인상하려 한다는 의혹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해 3월 경영실적 악화가 유가·환율 변동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들어 한전의 신용평가를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원가에 연동하는 가격조정시스템 도입을 권고한 적이 있다.

한전은 지난 2008년 수입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해 적자 분을 정부가 보조해줬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적자가 심한 한전에게는 연료비 연동제가 더 없이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전열기 사용 증가로 인한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여름에만 집중하다 겨울철 전력수요 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력수급 문제를 이유로 당장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면 한전의 결산이 끝나야 하고 무엇보다 인상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원가 요인 전망치도 필요해 실무적인 조정 작업만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력비상수급대책회의에서 최 장관은 산업·교육용 전력요금을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그간 최대 부하는 여름철에 발생해온 탓에 전력생산 단가에 연동하는 산업·교육용의 단위 전력당 요금은 겨울보다 여름이 더 비싸다. 전력수요가 많아질수록 생산단가가 비싼 양수력·가스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기 때문에 한전은 부하가 생기는 여름철의 산업ㆍ교육용 전기요금을 다른 계절보다 높게 유지해왔다.

또한 정부와 한전, 전력거래소는 다음달 말까지 전력수급 대책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공급능력 확충 및 수요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발전기 정비일정을 조정하고 신규건설 또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예비전력이 400만kW 미만 시에는 단계별 수급비상 조치에 들어가고 금년 여름철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3월 중 수급안정대책을 조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총리실과 지경부, 행정안전부, 한전, 에너지관리공단은 오는 19일까지 전국 15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10개 점검반을 편성, 적정난방온도 준수 및 개인용 전열기기 등 결과를 파악해 공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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