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문화와 CO₂
묘지문화와 CO₂
  • 한국에너지
  • 승인 2009.12.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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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원 묘소 문화재 지정을 반대한다. 서울 수서 부근에 걸려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하나라도 더 문화재로 오래 보존하는 것이 좋을 텐데 주민들이 왜 그럴까? 

이후원이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싶어 인명사전을 뒤져보았다.
1598년에 태어나 자는 사심이다. 체격은 워낙 왜소해 옷을 이기지 못할 정도였으나 안광이 빛났다고 한다.
그는 당대 대 정치가였던 송시열과 교우하면서 선비들의 시기를 받았지만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만년까지 유지해 주변에 벗이 많았으며 임종 때 남긴 상소문 8조를 임금이 보고 “간절하기 그지없는 충성심이 글에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어도 넘쳐흐르니 늘 좌우명으로 삼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단한 문장가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인간이 이 세상을 마치고 떠나면 남기는 흔적이 묘지이다. 묘지 문화도 세상 곳곳마다 다르다.
그중에서 핀란드의 묘지 문화는 특색이 있다. 화장을 해서 대리석으로 간단한 탑을 만들어 이름과 생존기간을 새기고 함께 봉안한다. 특징이라면 숲이 우거져 있어 멀리서 보면 묘지가 있는 줄 모른다. 동네 한 모퉁이에 있는 일본의 무덤문화. 시신을 그대로 묻는 미국의 평장문화.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유럽의 묘지문화. 성당 한 켠에 묻혀있는 성직자들.

또 사람의 뼈를 지하에 모아놓는 이탈리아의 독특한 풍습 등등에 비하면 나무가 우거진 핀란드의 묘지문화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유네스코 문화재 반열에 오르기까지 한 한국의 매장문화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만 최근 들어 만들어진 공동묘지는 봉만이 있고 숲은 없어 경외의 대상이다. 공원묘지라고 해도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숲이 우거진 핀란드 공동묘지는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거닐면서 이름을 읽고 아름다운 대리석을 어루만지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왕릉은 좀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어 숲이 잘 보존되어 공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예외라 할 수 있다.
우리 묘지 문화도 핀란드처럼 국토만 넓다면 묘지 전체가 아름다운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 CO₂가 문제가 되고나서 화장 문화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화장을 하는데 50kg 정도의 CO₂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에서 수목장이 일기 시작했다. 우리도 최근 수목장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지만 우리는 화장을 해서 나무아래 뿌리거나 묻는데 영국에서는 시신을 바로 세워 나무아래 매장을 한다고 한다. 입장을 하면 평장보다 많이 할 수 있고 나무의 영양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매장 문화가 문제되는 요인 중에서 묘지 주변에 나무그늘이 지거나 뿌리가 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 산림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나무 밑에 입장을 하는 수목장을 하자고 하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찬성을 할까. CO₂저감은 단지 에너지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처럼 인간의 사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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