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 태양광산업 성장모멘텀 제시
“불황 이기려면 자생력 키워라”
LG경제연, 태양광산업 성장모멘텀 제시
“불황 이기려면 자생력 키워라”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9.11.3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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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적 기술개발…경쟁력 확보
구조적 변화를 통한 시장 확대
유연하고 차별화된 대응 필요

최근 태양광산업 불황의 골을 깊게 만든 원인이 산업 내부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정부 지원 축소와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연, 유가하락과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한 수요감소에서 불황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태양광 산업, 자생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올해 태양광산업의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 대해 “외부 환경의 변화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책적 지원 외에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와 원가절감에 치우친 기술개발 등 산업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수요는 2007년 2.4GW에서 2008년 5.5GW로 두 배 이상 급속히 성장했으나 올해에는 5GW 정도로 지난해 보다 약 10%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태양전지 2위 기업인 독일의 큐셀이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샤프도 900억엔 적자를 냈다. 폴리실리콘 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올 2분기에 바커가 5370억 유로(한화 9600억원), REC가 9700만 크로네(207억원), MEMC는 1430만 달러(1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성진 선임연구원은 태양광산업과 풍력산업을 비교하면서 ‘올해 풍력산업도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8% 감소할 전망이지만 풍력 기업의 매출은 줄어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스타스 등 상위 5개 기업의 평균이익률은 지난해 8.1%, 올해에는 이와 비슷한 8.5%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태양전지 상위 5개 기업의 평균이익률은 지난해 18% 수준에서 3%로 급격히 하락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외부환경 변화만으로 태양광산업 불황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며 “오히려 산업 내부요인이 불황의 골을 깊게 하는데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묻지마식 신규 투자 사업성과 악화 = 이같은 태양광산업의 약세는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업들이 너도나도 묻지마식 생산라인 증설과 신규 투자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2002년 이후 독일, 일본 등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에 2006년부터 지속된 공급부족 현상이 더해져 대부분의 태양광기업이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2008년에는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공급가능량 증가 상황이 빚어졌으며, 올해에도 30%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무리한 투자가 지나친 공급 과잉을 초래, 결국 기업의 수익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반도체와는 달리 태양광의 경우 기술발전이 산업성장의 모멘텀이 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지난 10년간 태양광산업 기술개발은 폴리실리콘 사용량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는데 집중한 결과 산업 전체 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태양광모듈 가격은 지난 10년간 1/3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결정질 태양전지 효율은 40년간 단 2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풍력과 비교하면 초기 투자비는 2배 높고, 평균가동률은 절반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제품공급이 주택건설과 같은 경기에 민감한 수요시장에 집중됐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건물지붕에 설치하는 루프탑(Roof Top)이 90% 차지함으로써 2007년 하반기 미국 주택 경기 침체로 시작된 세계 금융 위기가 전세계 주택 건설 경기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기업의 유연하고 차별화된 대응 필요 =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의 증가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서도 태양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기초체력을 기르지 않으면 내실있는 성장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태양광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시점이 빠르면 2012년경 현실화되면 태양광산업 내 경쟁은 의미가 줄어들고 다른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와의 경쟁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원가절감 관련 기술과 함께 성능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이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는게 연구원의 해법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또 “태양광산업은 공급자에서 수요자 위주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고, ‘만들면 팔린다’는 공식은 깨졌다”면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양광발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된 전력을 기존 전력망과 연결하고, 분산전원을 원활하게 발전시키려면 정교하고 자동화된 제어시스템이 필요한 것처럼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산업과 무관해 보이는 IBM과 인텔이 뛰어든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제어하는 솔루션을 개발, 관련 산업을 하나로 엮어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기업의 유연하고 차별화된 대응을 주문했다. 태양광 산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않을 때에는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여부와 투자전략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
미국의 선파워와 퍼스트솔라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경쟁에서 자유로운 자기만의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자전략도 중요하다. 독일 큐셀과 중국 선텍의 경우처럼 투자시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던 반도체 산업은 불확실성이 커지자 분기별, 월별로 투자 규모와 시기를 검토했다”면서 “태양광산업은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상황을 고려한 탄력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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