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겨울을 준비하는 곳
최북단 겨울을 준비하는 곳
  • 장현선 기자
  • 승인 2009.11.30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주집단에너지 공사현장’

▲ 최북단 파주 집단에너지시설 전경

겨울을 나기위해 김장이 한창이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연탄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겨울이 없다고 했나. 우리에게 겨울은 아직 춥고 길다. 올해는 일찌감치 겨울이 찾아왔다. 영하의 날씨가 일주일 이상 계속 되면서 동장군의 기세를 과시했다.

▲ 양희영 대우건설 현장소장


모두가 겨울 준비를 마무리 했을 이즈음 겨울 준비에 한창인 곳을 찾았다. 그 곳은 경기도 파주 집단에너지시설공사 현장이다. 달리 말하면 지역난방공사 현장이다. 지역난방은 우리 국민이 겨울을 따뜻하게 그리고 가장 편리하고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선진화된 난방시스템이다. 이미 국내에 지역난방이 시작된지 25년 정도 되어 그 개념은 국민 누구나 이해하는 난방 개념이다.

겨울의 문턱에서 파주 집단에너지시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곳이 지역난방공급지역으로서는 최북단지역이다. 가장 추운 곳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2003년 정부가 지역난방을 공급하기로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남북교류의 붐이 일면서 DMZ 접경지역의 개발에 힘입어 파주도 대단위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덕분이다. 그리고 파주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건설해 온 열병합 발전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515MW의 용량을 갖고 있다. 굳이 이곳에 대형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유는 수도권의 전력공급과 북한과의 교류확대에 대비한 것이라고 현장에서는 설명했다.

알다시피 지역난방은 겨울이 길고 추울수록 경제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난방일이 높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따라서 파주, 문산을 넘어 개성으로 지역난방 공급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위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개성은 공단에 남한기업이 입주하면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열공급 사업을 직접 추진했던 지역이었으나 입주기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아 현재는 포기한 상태. 하지만 현장에서는 파주의 배관이 언젠가는 DMZ를 넘어 개성까지 갈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에너지는 전략물자. 그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파주 현장은 현재 공정이 47%, 170MW급 가스터빈 2기 장착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정이 중간 쯤 되다보니 곳곳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전날에 비가 온지라 공사 현장은 진흙구덩이, 장화와 안전화 없이는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공사 현장이지만 이곳에서는 우리의 치부도 함께 하고 있었다. 정부, 한난이 약 10만세대에 열을 공급하고자 발전설비 용량을 350MW에서 515MW로 늘리면서 인근 주민들이 사업허가 취소를 들고 나오면서 2009년 3월 착공 계획이었던 것이 9개월이나 늦어졌다. 때문에 지금쯤이면 준공식을 해야 할 때이지만 공기는 2011년 2월로 미루어져 있다.


▲ 가스터빈 장착 장면.


그렇다고 해서 민원이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 사업허가 취소 소송이 고등법원에 계류중이라 한다. 민원을 보다 못한 파주시가 약 100억원을 투자해 주민 복지 시설을 건설해 주기로 하고 착공, 공사는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 인사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씁쓸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야트막한 산 하나를 두고 바라보이는 아파트에서 집단에너지 시설을 기피시설로 인정, 건설을 못하게 한다니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지역난방은 최고의 난방시스템. 서울에서는 지역난방이 공급되고 안되고에 따라 아파트가격이 5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사람들이 억지를 부리는 민원이 아닐 수 없다. 오염물질 배출기준은 말할 것도 없고 건축물은 외관상 호텔을 뺨칠 정도로 잘 짓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가 법원에서는 계속 판결을 미루고 있는 모양이다. 음성적으로 사업자의 손을 들어 줄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함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대우건설 양희영 현장소장은 환차손으로 800억원 정도 손해가 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이 주변의 민원이란다. ‘국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시설을 하는데 축복과 격려 속에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했다.

현장취재를 마치고 통일전망대로 돌았다. 임진강 저 건너 안개가 가득하다. 지역난방이 꼭 필요한 곳은 안개 속에 보이지 않는다. 맑게 보인 그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