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람으로 산다”
“우리는 바람으로 산다”
  • 장현선 기자
  • 승인 2009.11.16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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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풍력·태양광 하이브리드 시스템… 완도 8개 섬 ‘에너지독립’

완도는 201개의 섬을 품고 있는 청정 바다와 풍부한 수산물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천혜의 관광지다.

생태를 그대로 간직한 작은 섬들은 사람이 정착하기엔 여의치 않아 대부분 무인도나 다름없다.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 54개, 그 중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금일읍 원도, 섭도, 노화읍 대장구도, 죽굴도, 대제원도, 군외면 양도, 신지면 모황도 등 8개 섬에는 3~6가구만이 거주하고 있다. ‘농어촌전기공급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는 ‘10호 미만 도서’들이다.

6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곳 주민들은 자가용 디젤발전기를 하루 3~5시간씩 돌려 TV, 냉장고 등을 시간제로 사용하는 열악한 섬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발전기와 보일러 연료는 소형 선박을 타고 육지로 나가 20리터짜리 ‘말통’에 담아 들여왔다. 섬이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인 주민에게 전기가 없는 생활이란 불편 그 자체였다.

2005년 당시 완도군은 주민들이 온종일 마음 편히 가전제품을 쓰고, 필요하면 보일러를 틀 수 있도록, 육지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소외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섬에 정착할 수 있는 생활여건을 제공하면서 자연환경도 보호하려면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완도군이 내린 결론이었다.

2007년 2월 완도 8개 섬에 9~24kW급(총 120kW) 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섰다. 하지만 햇빛만으로는 부족했다.
하루 3~4시간 발전으로는 필요한 전력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도서지역이라 흐린 날이 많아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던 것. 한 주민은 “섬이다 보니 날씨가 수시로 바뀌고, 궂은 날이 많다”며 “날씨가 안 좋을 땐 오히려 전기 사용량이 많은데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의 인버터와 전력조절기, 충전설비의 기술적 한계가 시스템 효율을 반감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인버터와 전력조절기에서 생산 전력의  50% 이상을 소모하기 때문에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는 발전량의 50% 정도, 여기에 기타 손실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용량은 30%도 안 됐다”고 말했다.

다시 완도군은 태양광발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생각해낸 것이 기존 태양광에 소형 풍력발전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형’ 발전시스템. 햇빛과 바람,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축전지, 비상전원용 디젤이 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인버터가 최적의 전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선택한 것이다.

완도군은 지난 9월까지 8개 섬에 7억 1300만원을 들여 소형 풍력발전시스템 2.4kW급 6기, 400W급 13기를 설치했다. 햇빛과 바람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독립 섬’이 탄생한 것이다. 연 1000만원씩 들어가던 디젤발전기 유류비와 소음, 매연 그리고 부족한 전력 때문에 겪었던 마음고생까지 한 번에 날려버린 셈이다. 그동안 완도군에서 섬마다 500만원씩 유류비를 보조해 주고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 부담이 컸다.

이번에 완성된 하이브리드형 발전시스템은 태양광, 풍력, 디젤발전기의 병렬운전이 가능한 양방향 인버터와 태양광발전시스템의 효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는 최대전력추적(MPPT)형 전력조절기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하이브리드형 발전시스템은 단방향 인버터로 태양광과 풍력이 동시에 발전해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태양광과 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필요에 따라 바로 가정으로 보낼 수 있다. 이는 병렬운전으로 태양광, 풍력, 디젤발전기 3개의 전원이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스카이스트림 3.7 제품으로 한국대리점인 (주)효림모라를 통해 정우전력에서 설계부터 시공, A/S까지 전담하고 있다. 정우전력은 이번 그린홈100만호보급사업의 소형풍력업체로 선정돼 전국에 보급될 예정이다.  

원도 김부남 이장은 “발전기 운전과 전기걱정 때문에 육지에 볼 일이 있어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었다”며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모든 것이 자동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이제는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완도군은 이번에 설치한 태양광·풍력 하이드리드 시스템 외에도 경로당과 노인요양원에도 태양열 급탕설비 20기와 20kW급 태양광 발전설비 2기를 설치했다.

일반 주택에 태양광이나 태양열 설비를 설치하는 경우에도 200만원씩 70가구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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