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독일을 선택했나
나는 왜 독일을 선택했나
  • 한국에너지
  • 승인 2009.10.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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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힐튼호텔에서는 30여명의 초라한 모임이 있었다. 초라하다고 했지만 독일연방 대사를 비롯해 영사, 노르트라인 베스트 팔렌(NRW) 주정부 국제협력국장, 산하 경제개발공사 사장이 참석한 모임이었다. 주제는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의 이취임식이었다.

초청인사는 독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기업인, 그 중에서는 보석상, 주류상, 갖가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주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라면 우리나라로 말하면 도 단위 산하기관의 대표와 같다. 도 단위 산하기관의 대표 이취임식을 위해 연방 정부의 한국 대사가 오고 멀리서 국장,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그들은 하루 전에 와서 행사가 끝나는 이튿날 출국했다. 모임은 대사·국장·사장 이취임 인사들의 고리타분한 이야기,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표현했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격식은 찾아 볼 수 없고 웃다가 떠들다가 그렇게 그렇게 행사를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감히 흉내 내지 못할 치밀함이 있었다. NRW주 한국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공석이 된 것은 이미 4~5년 전의 일이다.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전임자가 비공식적으로 일을 봐주는 체제로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후임자를 물색해 왔던 것이다.


독일의 전형적인 인사 스타일이다. 사람을 한사람 쓰는데 수년을 두고 관찰·평가하지만 한번 자리를 맡기면 100% 신뢰하고 모든 일을 맡긴다. 주 대표 전임자인 김흥현씨는 주 대표를 20년이나 했다. 36년생인 이 분은 올해로 74세. 지난해에는 20주년 기념 행사를 한국과 독일에서 번갈아 했다. 김흥현씨의 역할로 우리 기업이 NRW주에 70여 개나 진출해 있다.


일 년에 반반씩 번갈아 한국과 독일에 거주하면서 양국 관계에 가교역할을 해왔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그런지 이분의 독일 사랑과 한국 사랑은 남다르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국가의 일을 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고 절제 있는 사랑을 해왔다.


이러한 김흥현씨의 마음이 담겨진 것이 그가 두 번에 걸쳐 내 놓은 ‘나는 왜 독일을 선택 했나’라는 책으로 써서 양국에서 출판 되었다. 비록 제목은 독일을 왜 선택했나로 했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우리가 잘못된 것이라도 아끼면서 조심스럽게 표현하였다. 독일인이나 한국사람 모두 읽어도 서로가 자존심 상하지 않게 씌여져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책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을 제공해 준 독일인 들이다. 한자리에 20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한 독일의 문화이다. 빠른 것에 대한 장점도 없지는 않지만 한자리에서 아무리 길어도 2년 이상을 가지 않는 우리의 문화는 단점이 더 많다. 독일인들은 올 때마다 꼭 필자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간다. 누가 돈을 내건말건 이유는 하나다. 올 때마다 사람이 바뀌어 농담 한마디 편하게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택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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