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립 97%, 한국은 수입 97%
중국은 자립 97%, 한국은 수입 97%
  • 한국에너지
  • 승인 2009.10.05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삼 정부의 후반기인 1996년 무렵. 역삼역 부근에서 마지막 동력자원부 장관을 지낸 진 념씨를 만났다.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왜 동자부를 없앴습니까?”

“당선 다음날 오라고 해서 갔더니, ‘동자부를 폐지할테니 그리 아시오’ 그 한 마디가 전부였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동자부의 폐지 소식을 듣고 대통령의 측근인 몇몇 인사가 재고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뒷얘기가 변명처럼 들릴 뿐이었다.

10여년도 더 지난 옛이야기를 지금 꺼내서 무엇하겠나만 동자부 폐지가 에너지산업 발전에 끼친 후유증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다.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른 것은 최근 조간신문에 중국이 2008년 기준 에너지 자급률 97%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보고나서다.

우리는 에너지 수입비중이 97%나 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20~30년 전부터 에너지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에너지산업의 수치였다. 동자부를 존속시켰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우문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분명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동자부가 있던 시절 그래도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다고 ‘88년부터 시작했었다. 그러나 동자부가 없어진 이후 대체에너지개발센터는 개밥에 도토리 같은 존재였다.

달라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나라의 IT산업에서도 볼 수 있다. 세계 3위 수준이라고 자랑하던 IT산업이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면서 순위가 급추락하고 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해당부서가 없어진다고 그럴 수 있을까 할 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된다.

요즘은 지경부에 차관제도라도 있지만 자원실장 직책이 최고인 시절, 자원실장은 한 달에 한 번도 장관 얼굴을 보기 어려웠었다. 그 정도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에너지 산업은 그래도 이름이라도 지탱해왔지만 정통부는 공중분해된 상태에서 챙길 수 있는 라인마저 없어져 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게 IT산업이고 보면 잠깐만 손 놓고 있으면 한 해 열 계단씩 밀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30~40년을 에너지수입이 97%라고 해왔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이런 문제를 타개할 국가의 조직이 없는 상태다. 97% 운운하면서 이를 극복할 추진체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모든 분야가 녹색성장을 외쳐대고 있지만 정작 내년도 에너지 예산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에너지를 97%나 수입하는 나라치고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정책을 홀대하는 나라는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에너지에 붙는 ‘안보’라는 말도 없어진지 오래다. 원유가격이 200불은 돼야 에너지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녹색성장이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정작 녹색성자의 핵심인 에너지는 우리가 홀대하고 있다.

미래에너지산업의 핵심인 재생에너지는 우리보다 중국이 앞선지 이미 오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