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합일(知行合一)을 몰랐던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몰랐던가
  • 한국에너지
  • 승인 2009.09.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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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인사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순환보직제.

70년대를 전후해 공무원의 보수는 형편없었다. 한 달 치 월급이 하숙비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공무원사회의 부패는 극에 달했다. 사회도 공무원 사회의 부패를 용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를 뜯어고치고자 했던 것이 일명 ‘서정쇄신’이었다.

70년대 초반에 시작된 서정쇄신의 지속적인 정책 추진으로 부패는 상당히 근절되었다. 이 때 일화로 가장 부패가 심하던 세무분야에 보직을 100% 바꾸어 보았더니 여전히 부정이 계속되더라는 것이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과 민원인의 밀착을 막아 보자고 했던 것이 강제 순환보직제였다.

이 제도는 지금은 강제적인 조항은 아니더라도 공무원 인사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한 자리에서 2년 정도만 지나면 보직을 바꾸어 달라면 바꾸어주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있다.

40년 가까이 되는 순환보직제는 이처럼 뿌리 깊게 공직사회에 박혀 있으면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퇴임한 이윤호 장관이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순환보직제로 인한 공무원의 비전문화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장관은 막상 장관이라는 자리에 앉아서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인사를 하고나니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황당함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이 장관이 취임하여 많게는 한 부서의 80~90%까지 보직을 바꾸어 버린 사례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점을 알았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고 떠나버린 것이라 하겠다.

지행합일(知行合一). 지식은 실천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며 정말 생명력 있는 지식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의 순환보직제, 비전문성이 우리 사회에 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장관이라는 자리는 최소한 자기 부처의 인사 시스템 정도는 특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이 을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속된 말로 알아야 면장을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지경부에 최근 들어 부상하는 녹색관련 부서는 앉혀놓으면 도망갈 궁리만 하는 자리가 된지 이미 오래이다. 일이 많은 것은 둘째 치고 업무가 생소하고 민원이 많아 골치는 아픈데 누구 한 사람 수고한다고 소주 한 잔 사는 사람도 없다. 6개월만 지나면 갈 곳을 찾아 나선다. 3년을 해도 업무 파악이 어려운 자리에 길어야 1년 있으면 모두 도망간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야 공무원이면 누가 없으랴만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전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국가, 사회 틀의 근간인 공무원 조직만 유일하게 비전문화 집단으로 남아있다.

어느 기업인이 공무원은 삼류라는 표현을 썼을 때 집단적으로 반발을 했던 일이 있었다. 똑똑한 인재를 모아놓고 바보를 만드는 곳이 공무원 집단이다. 개혁이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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