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풍력발전기 보급해도 좋다
소형풍력발전기 보급해도 좋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09.09.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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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풍력발전기 한 대를 샀다. 모두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손을 대니까 생각한 끝에 풍력사업을 해 볼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도 돌지 않는 풍차였다.

물론 바람이 잘 불 때는 돌았다. 그러나 생각한 만큼 전력이 생산되지 않았다.

우리 풍황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무엇인가 하기는 해야 할텐데 고민 끝에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기로 작정하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하지만 이곳 저곳을 다녀 보아도 소형은 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내가 언제 남의 도움을 받았던가?’

사람을 구하여 개발에 나섰다. 사람도 없었다. 풍력산업이 불모지인 이 땅에 풍력 연구 인력이 있을리 만무했다. 유체공학, 기계공학을 전공한 갓 대학 졸업자들로 연구 인력을 메웠다.

산고 끝에 만든 시제품을 차에 싣고 시속 100Km 이상을 달렸다. 전력은 발생했다. 그러나 날개 바가지의 재질, 바가지의 각도 어느 것 하나 쉽게 잡을 수 없었다. 특히 저풍속 발전기가 문제였다. 저속 발전기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었다.

내친 김에 저속발전기까지 개발에 나섰다. 별것 아니겠지 하고 달려들었다가 산 넘어 산이었다. 20여명의 R&D인력으로 해마다 20억원 이상 투자해온 지라 돌아갈 자리도 물러설 자리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제품이 되었다고 할 때쯤 제품의 수명이 문제가 되었다.

즉 피로도라는 것이었다. 설치해서 몇 년을 사용 할 수 있을까의 문제였다.

모든 부속과 완성품의 테스트를 해야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되었겠지 싶어 인증시험을 의뢰했다. 인증을 맡은 곳에서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인증을 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오히려 R&D 연구진이 가서 가르쳐 줘야 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불모지였다.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걸어 온지 5년.

어느 대기업에서 송신탑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수입산 제품과 함께 테스트를 했다. 전력생산, 소음 모든 분야에서 우수했다. 하지만 그들은 외국산 제품을 쓰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었지만 참기로 했다.

하지만 보람도 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이 판매 라이센스를 달라고 못살게 조르고 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기 위해 퍼부은 돈이 100억원대에 가까웠다. 시작한지 6년. 이제 1Kw 500w, 200w 제품을 내 놓을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하지만 중국이나 중동에서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다. 이유는 A/S가 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에서 확신을 얻은 다음에 팔겠다는 생각이다. 이상 소형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어느 중소기업의 이야기다.

지경부가 소형풍력 발전기 보급에 머뭇거리고 있다. 이유는 믿을만한 제품이 있느냐 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그 흔한 R&D 자금 한 푼도 받지 않고 각고의 6년여 세월을 투자 해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기업이 있다면 그 자체로도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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