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시대… 해외자원개발 호기 맞았다
저유가시대… 해외자원개발 호기 맞았다
  • 변국영 기자
  • 승인 2009.05.1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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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실패 반복 말아야… 정상외교·자금지원 등 역량 총집결
패키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 발굴… 2012년 자주개발률 18.1% 달성

‘2012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18.1% 달성’ 우리가 세운 해외자원개발 필달 목표다. 우리는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에게 자원 확보는 우리의 에너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정부는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4대 지역을 중점 진출 전략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들 지역에 대통령,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자원 확보를 위한 정상급 자원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의미다.

2012년 자주개발률 18.1% 달성은 하루 생산 약 45만 배럴의 추가 자주개발물량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32억 배럴 규모의 유망 탐사광구를 추가로 확보해 추정 확보매장량을 200억 배럴(2007년 168억배럴)로 확대함으로써 자주개발률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123개 해외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특히 나이지리아 심해 해상광구, 우즈벡 아랄광구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생산광구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자원보유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중앙아·아프리카·중남미 등 4대 중점 진출 전략지역을 공격적이고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4대 전략지역은 전 세계 유전·가스 매장량(2조4252억 배럴)의 약 40%(9367억 배럴)가 매장돼 있고 이미 자원 선점이 이뤄진 중동에 비해 개발수요나 잠재역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패키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고 이를 자원외교의 핵심 아젠다로 자원부국에 제시함으로써 상호 윈-윈하는 협력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자원부국의 니즈를 고려한 국가별 동반진출 프로그램을 폭넓게 발굴해 발전소 등 일부 에너지 인프라 산업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협력 분야를 건설, 플랜트, 기간산업,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생산광구 인수 등에 필요한 해외자원개발 투자재원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2012년까지 1조4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매년 5000억원씩 2012년까지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원개발펀드를 만들고 수출입은행의 자원개발금융을 2012년까지 2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 연·기금의 자원개발 투자를 유도키로 하는 등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금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은 총체적인 사업이다. 자금도 중요하지만 인력과 기술, 정보가 총집합 해야지만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정부는 인력, 기술, 정보 등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해외자원개발 인프라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했다.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을 지정·운영하고 핵심기술에 대한 산·학·연 공동 R&D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자원개발 R&D 예산을 지난해 153억원에서 2012년에는 3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올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자원개발에 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가스 분야 52억 달러에 6대 광물 분야에 18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금년도 자주개발률 목표 5.7%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생긴다.

금융시장 불안과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투자액 57억 달러에 비해 22.8% 이상 증가한 것으로 경제여건 악화로 자원개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를 적극적인 투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비록 경제에는 여러 위기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가격이 크게 하락한 유망 매물이 증가하는 등 지금이 자주개발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대부분 포기함으로써 자원개발 기반 자체를 상실하는 아픔을 겪었다. 1998년부터 2002년 기간 중 26개 광구를 매각하고 해외자원개발 투자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해외자원개발의 모멘텀을 잃어버렸다.

당시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고 메이저 기업이나 경쟁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


석유 확보 왜 어렵나

자원민족주의 강화 속 자체 역량도 미흡


석유개발사업의 추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국외적 요인과 국내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외적 요인으로는 우선, 한층 강화되고 있는 자원민족주의를 들 수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및 러시아 지역 등 기존의 자원국유화 조치가 단행된 국가 이외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규유망지역에서도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BRICs 및 기타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에너지소비량의 급증과 이에 따른 주요국들의 해외자원 확보 경쟁은 업계 전체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BRICs 국가들은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해외유전을 무차별 매입하고 있어 유전 확보 및 개발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에 대한 강대국의 인식 변화도 걸림돌이다. 저유가 시대에는 석유를 단순이 ‘상업적’ 상품으로 인식해 경제논리에 따랐다면 최근에는 수급불안, 자원통제 및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이 커짐에 따라  석유자원을 자국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나 국제질서 재편 등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적 요인으로는 기술 및 경험의 부족을 우선적으로 들 수 있다. 석유개발사업 후발주자로서 축적된 기술 및 개발 경험 등 전반적인 개발 역량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것이 사실이다.

투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석유개발사업의 특성상 재원확보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나 현재 여건상 대규모 자금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탈리아 국영 ENI사의 2007년 E&P 투자예산은 87억 달러로 우리나라 석유공사의 8억 달러보다 약 11배나 규모가 크다.
상류부문 육성이 미흡한 것도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석유소비국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하류부문은 장기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며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착했으나 상류부문의 경우 원유수입에 의존하던 저유가 시대에는 경제성 논리에 따라 석유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아 상류부문의 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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