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9.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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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 2009년 봄, 태양광 업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데 이만한 구절이 또 있을까.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태양광발전 설치용량은 260MW. 지난 1, 2월 두 달간 설치된 발전용량을 모두 합쳐야 3MW에 불과하다. 3월 들어 신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다는 소식도 거의 들리지 않았으니 ‘태양광 시장은 없다’는 얘기가 괜한 엄살이 아니다. 내수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제조업체도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태양광모듈 생산규모가 연내 500MW를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작고 힘없는 기업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태양광모듈 생산업체들이 태양광주택사업에 목을 매는,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작년에는 태양광모듈을 구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여럿 나왔다.

지난해 태양광주택업체의 힘든 사정을 외면했던 모듈업체들은 지난날을 후회하며 영업전선을 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마저도 저가형 중국산 모듈 판매업체가 가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비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태양광 장비 제조업에 뛰어든 자동화, 반도체 업체들은 장비를 어디에 팔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었던 정부의 태양광발전 융자지원금도 올해에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올해 초에 407억원을 집행했으므로 태양광에 줄 수 있는 건 다 줬다는 것이다. 앞다퉈 태양광발전사업 대출상품을 출시한 은행들도 꿈쩍도 않고 있다.

태양광 업계가 정말 힘든 이유가 단순히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일까. 일시적인 침체기를 거쳐 2, 3년 뒤면 다시 예전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기간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로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다.

태양광업계 취재를 다니면서 자주 듣는 얘기가 ‘예측가능한 정책’에 대한 하소연이다. 발전차액 인하보다 더 무서운 건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게 만드는 정부의  ‘예측불가능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봄은 앞을 내다보면서 사업을 할 수 있을 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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