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단 시장
진단비용 마지노선 붕괴 … 진단품질 저하 악순환
위기의 진단 시장
진단비용 마지노선 붕괴 … 진단품질 저하 악순환
  • 최호 기자
  • 승인 2009.02.10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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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품질에 대한 관리·감독 시급
“제도 시행 3년째가 되는 지금, 가격선은 의무화 초기보다 더 무너진 상황이고 사업자와 정부를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제도 개선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입니다” 2000toe이상 에너지소비 사업장에 대한 에너지진단 의무화 시행이 3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올해 진단을 수행하고 있는 전문기관들의 하소연이 해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 등애 대응하고 에너지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에너지다소비사업장에 대한 진단 의무화를 실시했다. 도입초기부터 규제 측면이 강한 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 3년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현재 진단시장의 문제점과 대안을 진단해 본다.

 


▲ 덤핑진단, 품질은 뒷전

현재 진단기관 종사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진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격붕괴’이다. 제도 도입 초기 정부가 진단비용의 마지노선으로 정해놨던 80%선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이고 현재 업계에서는 30%선에서 사업을 수주하는 업체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덤핑에 대한 강력규제를 호언했던 정부가 업체들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더 이상 가격선 통제를 못하는 상황으로 시장이 혼탁해 지고 있는데 있다. 결국 저가 진단으로 인한 진단품질 문제가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문 인력이 지정된 기간 동안 진단을 수행하면 제대로 된 진단일 경우 일정한 가격선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가격이 진단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품질이 보장된 진단의 경우, 일정 수준의 가격이 반드시 산출 된다는 것.

가격선이 붕괴된 진단의 경우 지정된 진단 일수의 10분 1도 안 되는 진단을 시행하거나 전문 인력이 아닌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해 공단의 감독에 적발된 경우도 허다하다.

업체들이 이렇게 가격경쟁을 넘어 덤핑 공세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진단 시장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2011년까지 2000toe 이상 에너지 다소비 업체로서 의무 진단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는 2506개로 5년주기의(20만toe 이상: 전체진단-5년, 부분진단 -3년/ 20만toe 미만 : 5년) 진단기간을 고려하면 연간 대략 500여개의 업체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지정된 진단기관은 제도 초기 30개 업체를 비롯해 작년 지정된 22개 기관 까지 모두 52개. 이 중 등록만 되어 있는 기관을 제외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진단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은 약 40여개 남짓이다.

이들 기관들이 1년에 수행하는 진단은 산술적으로 12~13건이 된다. 전문 인력으로 지정된 진단 일수에 따라 진단을 수행할 경우 이런 수주량으로는 진단기관 운영이 어렵다는 것. 결국 우수한 진단품질을 자랑하는 진단기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정업체를 위주로 한 저가 덤핑공세가 날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들은 무조건적인 사업 수주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저가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인건비와 진단 과정을 날림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업계관계자들과 공단 측의 입장차이 또한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진단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비용수준으로 통제하고 이를 위반하는 업체의 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강력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공단 측은 가격통제를 하는 방안이 공정거래에 위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가격경쟁을 유도하되 품질관리를 우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통일된 진단수수료를 정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도 이해해 가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렇게되면 진단대상업체가 불만을 제기할 것이 불 보듯 뻔 해 고려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전했다.

 


▲ 진단품질 관리 미흡

이처럼 저가의 진단이 진단품질 저하를 발생시킨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비용에만 치중해 낮은 진단을 수행하는 현재 상황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진단의 이행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진단 이후의 사후관리가 미흡한 현 제도에서는 진단 품질에 대한 고민을 할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진단의 품질을 우선시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해 보고를 해도 결국 품질보다는 가격에 우선시한 결정이 이뤄져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의 진단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성토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의 한 유명 백화점의 진단업무 담당자는 우수한 진단 업체를 자기 회사 진단 수행 기관으로 보고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가격 경쟁에서 우수한 업체를 제껴두고 굳이 고가의 진단을 수행하려고 하는 이유를 품질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을 회사측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이러한 풍토가 자리잡는 이유는 자명하다. 진단 사후 품질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모니터링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저가의 엉터리 진단을 시행하는 업체와 진단을 받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진단의무화 자체도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인데 진단 이후 이행실태나 저가 진단에 대한 이행을 놓고 규제를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진단수행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전문 진단기관들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 질 수밖에 없고 더불어 점차 강화되는 규제 속에 되려 진단수행에 어려움에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진단 인력의 수준향상 및 양성 시급

진단기관의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단을 수행하는 인력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진단기관 지정요건에 따르면 지정한 장비를 보유하고 ‘기술기술자격법’에 따른 각 분야별 자격을 취득한 자를 보유하고 있으면 진단기관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인력의 경우 관련분야에서의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규정하고 있지만 진단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상황에서 이를 충족하는 조건을 갖춘 인력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진단인력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준미달의 인력이 진단을 수행해 품질문제를 초래하고 덤핑공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진단인력의 수준향상을 위해 면접이나 테스트 등을 거쳐 진단기관 지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공단의 한 관계자는 “기사의 자질검증은 누구보다 공단에서 원하고 있는 사항이고 실제로 면접이나 테스트를 통한 검증을 계획한 적도 있지만 객관성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백지화 됐다”고 말했다.

 


▲ 공단, 진단이행율 철저 확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 시행

의무진단 지정 사업장에 대한 진단사후 관리는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진단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우수 진단기관을 선정해 홍보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진단품질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공단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진단을 통해 나온 개선사항에 대한 사후관리 이행률을 진단기관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평가후 권고받은 개선사항을 실제로 기업이 이행해 사업장에 대한 설비교체나 개·보수를 실시할 경우 이를 점수로 환산해 우수 진단기관 평가에 40%를 반영한다. 이와 함께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진단 인력 양성을 위한 인력양상교육을 실시해 진단인력을 배출하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기술사의 공급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진단사업을 점차 진단기관으로 넘겨 진단 품질향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손학식 에너지관리공단 온실가스 감축진단실장은 “공단은 앞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진단 기술력과 노하우를 진단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통해 이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하면서 “진단기관들 또한 자체적인 품질개선 노력과 전문성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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