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공감하지만 각론서는 의견차 뚜렷
총론 공감하지만 각론서는 의견차 뚜렷
  • 변국영 기자
  • 승인 2009.02.02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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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배출권거래 강력 반대, 녹색성장위원회 위상 분명히 해야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혁명적 법 필요, 시민단체 “정부의 일방통행”

지난달 28일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공청회가 열린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는 400여명의 참석자들로 가득찼고 다른 공청회와는 달리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녹색성장기본법이 가지는 중요성과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녹색성장기본법은 기존의 기후변화기본법, 에너지기본법,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의 상위법 성격을 가지고 있고 향후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등을 총괄하는 기본법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뒷받침 할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다.

 

▲ 지난달 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는 400여명의 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이뤄져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조홍식 교수(서울대 법대)

기본법은 그 자체가 상징적 입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가 결여돼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고 자주 사용돼서도 안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인 문제 등 여러 불가피한 이유로 사용되고 있다. 정책적 난관을 비켜갈 수도 있고 이해집단의 충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문제에 있어서도 과소규제와 역으로 과다 규제의 문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기본법은 구체적 규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에게는 과소규제로 작용할 것이고 이중규제 등을 문제로 과다규제의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기본법은 골격 입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상징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해집단의 충돌을 피할 수 있고 일반인이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 그리고 특별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기본법에서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말 그대로 골격만 갖추고 후속입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것을 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출권거래 같은 것은 해방 후 토지개혁에 버금가는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프라를 전혀 갖춰져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 후속입법을 만드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광윤 교수(성균관대 법대)

녹색성장기본법은 상당히 의미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7조에서 탄소세라는 명칭을 직접 쓰지 않으면서 ‘환경친화적 세제’라고 표현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판단이 있었던 같다. 어쨌든 의미가 크다. 46조에서 원자력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 것은 우리의 현실을 솔직히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녹색성장위원회의 성격이 애매하다. 심의기구라고 하면서도 다른 조항에서는 집행권을 가지는 집행기구의 성격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정말 녹색성장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을 주는 것인지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녹색성장위원회 설립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월말에 국회에 제출한다고 해도 언제 국회통과가 이뤄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차라리 대통령령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길주 부원장(한국과학기술원)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원천기술 개발에 달려 있다. 정치적·정책적·외교적인 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원천기술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을 보면 이와 관련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구성도 그렇다. 당연직 위원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환경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포함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라고 돼 있는데 반드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들어가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원천기술에 달려 있는데 당연한 것이다.   

예산 등 실질적으로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최영국 실장(국토연구원)

녹색성장기본법은 강력한 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법의 제정 필요성에도 공감한다. 다만 기존의 기후변화법, 에너지기본법, 지속가능법 등과 계획이 중복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기존법을 하위법으로 둘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기본법에 배출권거래를 명시하고 있는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배출계수, 기준 등 아직 배출권거래를 위한 준비가 크게 부족하다.

기본법은 말 그대로 기본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에너지절약 같이 실질적이고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담았으면 한다.

 

 

▲이병욱 상무(전국경제인연합회)

기본법 자체에는 동감한다. 중요한 것은 기본법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법안 내용을 보면 산업계 입장에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기업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환경친화적 세제, 총량적 배출권거래 등은 기업에게 큰 부담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것들을 꼭 기본법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배출권거래 같은 것은 일본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검토가 이뤄졌다. 하지만 시행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을 주변국인 한국이나 중국이 하지 않고 있는데 자기들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 자체도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다. 산업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      
환경친화적 세제도 장기적으로 탄소세로 가는 것 아니냐. 이것도 일본은 오랫동안 검토했지만 하지 못하고 있다.

중복규제도 심각하다. 자동차의 연비를 규제하고 있으면서 이산화탄소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은 분명한 중복규제다. 기업에 대한 편향적 규제라고 생각한다.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도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한다. 세계 어느나라도 이렇게 중복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

 

 

▲김인수 이사(증권선물거래소)

기본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이해집단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규제의 타당성 문제를 얘기하는데 환경친화적 세제나 배출권거래는 기업들에게는 당장의 부담은 되겠지만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출권거래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늦었는데 도입 시기를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강제할당의 사전 단계로 시범적으로 자발적 참여 방식으로 배출권거래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와 관련 배출권거래 역시 후속법률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배출권거래는 기업들이 지금 당장 나서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를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강제적이어야 한다.

 

 

▲김효선 박사(한국가스공사)

성장법에는 성장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방면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기본법과 관련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균형과 관계 그리고 명확성이다. 균형은 이렇다. 기본법의 지원이나 혜택을 받는 곳이 있으면 반드시 양보하고 희생을 해야 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음지를 살피는 배려가 필요하다.

관계는 하위법이나 관련법과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조화하면서도 확실한 체계를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관부서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명확성은 법조문이나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분명히 하고 정확히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법안을 보면 국가, 정부, 지자체라는 표현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모르겠다. 배출권 허용량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런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세세한 것까지 명시해야 한다.

 


▲최숭국 사무처장(녹색연합)

시민단체에서는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해 고민과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녹색성장이 잘못 가고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을 기본법 중 기본법이라고 하면서 기존 기본법의 상위법이라고 말하는데 세상 어디에도 기본법의 상위법은 없다.

목표와 수단이 전도돼 있다. 녹색성장은 지속가능발전을 이루는 수단에 불과한데 녹색성장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내용도 문제다. 기본법이면서도 너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것도 상당부분을 다른 법률에서 차용해서 쓰고 있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적으로 20일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번에는 14일 밖에 안된다.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14일 안에 무슨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

49조의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를 위한 꼼수다. 46조 원자력산업 육성은 마치 원자력이 친환경에너지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녹색성장기본법이 아닌 기후변화기본법을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정래권 기후변화대사(외교부)

녹색성장기본법을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법이 필요하다. 생각해보자. 유럽국가들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를 포함한 개도국들은 성장과 도전을 같이 해결해야하는 현실에 있다. 과연 이런 우리의 문제를 기존 법이나 기존 사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과 업계, 정부가 파트너쉽을 만들고 그것을 통한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배출권거래나 친환경적 세제를 새로운 의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절대 아니다. 어차피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무역제재를 가하는 법안이 곧 현실화 된다.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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