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만 있으면 세상에 할 일은 많다
용기만 있으면 세상에 할 일은 많다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9.01.12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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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생 이전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에너지 분야에 대폭적인 공기업의 2차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이다.

공적기관에 있는 직장인들을 보통 언론에서는 철밥통이니 뭐니 하지만 요즈음 이 분야를 돌아다니다 보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이 안쓰러울 정도이다.

임원급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이유도 없다. “사표 써 오시오”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임기는 아예 말도 못 꺼낸다.

일반 민간기업도 규모가 좀 있는 기업이라면 구조조정 작업을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급여 수준도 10~20% 깎이는 것은 다반사이다.

어쩌다 무엇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짧은 가방끈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치하고 공기업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10% 정도 감원이 불가피하다.

공무원도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20~30년씩 근무해온 이들을 우리사회에서는 온실 속의 화초라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세파에 흔들려 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죽을 수밖에 없듯이 엄동설한에 온실 속의 화초는 온실이 깨지는 순간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화초의 처지이다. 그 자리가 아니면 살아 갈 수 없는 화초의 신세. 철밥통의 이면이다.

그러나 온실이 깨지면 화초는 죽지만 화초 스스로가 온실을 나와 새로 보금자리를 찾는다면 화초는 자연 속에서 더욱 활기차게 살 수 있다.

10년 전 정권이 바뀌면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은 한 사람이 있었다. 화초와 같은 생활을 해왔던 이 사람은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사직을 하고 나오니 하늘이 노랬다.

정신을 차린 어느 날 변리사 사무실에 취직을 했다.

위로차 가끔씩 들렀더니 어느 날은 “지난세월이 참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공무원에서 나오면 죽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넓은 세상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몇 일 전에는 짤린 사람에게 전화 한통 해주라는 연락을 받았다. 먼저 짤린이 인사는 짤린 후 위로 전화 한통이 그렇게 반갑고 힘이 되었다면서 몇 번을 부탁했다.

세상사 살다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겠는가. 이유야 어떠하든 짤린 사람 위로해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세상은 넓고 정말 할 일은 많다. 짤렸다고 낙망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용기를 잃지 않으면 새로운 삶이 넓게 펼쳐진다.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아래 일터를 떠나는 많은 사람들.

일일이 가슴 아픈 심정 위로해 줄 길이 없어 이렇게 대신한다.

남는 자나 짤린 자나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누구를 원망해서 무엇하랴. 운명이다 생각하고 삶의 용기를 잃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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