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본격화되나’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본격화되나’
  • 조남준 기자
  • 승인 2009.01.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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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G도입 … 북한태도 변화 관건·해저통과 … 천문학적 비용
총 1천억불 이상 초대형 한·러 경협프로젝트 … 패키지형 자원개발

올해부터 러시아 시베리아산 천연가스 도입 사업이 본격화된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사업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2015년부터 향후 30년간 매년 750만 톤씩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Gazprom)은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러시아 연방의 대한민국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은 우리나라가 오는 2015년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연간 10BCM(LNG환산시 750만톤)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는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오는 2011년부터 러시아측의 제안대로 블라디보스톡·북한·한국을 연결하는 700여㎞ 길이의 가스배관을 건설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이 어려워질 경우도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 정세 등의 이유로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이 어려워질 경우 서해 해저 통과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방침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추진 현황과 배경, 의미, 그동안의 경과사항 등을 짚어보고 향후 진행사항 등을 조망해 본다.   

 

매년 750만톤 투입

한ㆍ러 양국은 앞으로 2년간 북한을 통과하는 배관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뒤 경제성이 확인되면 2010년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배관 공사가 완료되면 2015∼2017년부터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연간 약750만톤(10Bcm)의 천연가스를 들여오게 된다. 750만톤의 천연가스는 우리나라 총 수요의 20%에 이르는 물량으로 1250만 가정이 1년 동안 소비하는 규모이다. 계약기간은 오는 2045년까지 30년간이다.

공급노선은 사할린과 야쿠츠크 생산 천연가스를 블라디보스톡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PNG, 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동해를 통해 선박으로 수송하는 LNG 또는 CNG로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파이프라인의 북한통과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 LNG 도입이 가능하도록 극동지역 LNG 액화기지 사업 추진가능성에 대해서도 PNG 타당성조사와 병행해 가즈프롬과 공동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가즈프롬은 2015~2017년부터 공급이 가능 하지만 극동지역 가스전 개발 속도와 상업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공동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500만톤 규모의 LNG플랜트와 연간 100만톤의 폴리에틸렌, 50만톤의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공장 건설도 함께 추진한다.

수입선 다변화로 수급 안정

천연가스 도입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는 2015년 천연가스 소비량 중 약 20%에 달하는 750만톤을 30년간 장기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입량은 세계 8위(2006년 기준)고 1차 에너지 중 수요 비중도 14.7%에서 연평균 2.2%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주요 도입물량은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4개국에 93%나 몰려 있어 수입처 다변화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따라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이 실현되면 우리나라는 공급자 중심의 국제 LNG 시황(Seller’s Market)에서 천연가스 수급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기존 중동·동남아 위주이던 천연가스 도입선을 러시아까지 다변화함으로써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PNG로 도입할 경우 LNG 위주의 도입방식에서 탈피해 공급방식이 이원화되고, 근거리에서는 PNG 가격이 저렴한 점을 감안시 도입가격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3000㎞ 이하의 근거리에서는 PNG가 LNG보다 공급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우리나라 가스배관이 러시아 UGSS(Unified Gas Supply System)와 연결됨으로써 해외 에너지망과 최초로 연계해 향후 동시베리아 자원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이 사업은 석유화학단지 건설비 90억 달러, 북한 경유하는 배관건설비(PNG 추진시) 30억달러 등 총 사업규모 100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따라서 향후 한·러·북의 기술·자본·인력 등을 폭넓게 활용해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배관을 건설할 경우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자원을, 러시아는 향후 30년간 천연가스 구매액 900억달러에 달하는 안정된 수출시장을, 북한은 배관통과료 1억달러 이상을 확보하는 상호 Win-Win 관계구축을 통해 ‘3국간 에너지 공동협력체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26.3%)ㆍ수출국인 러시아는 극동지역 가스전을 개발해 러시아 전체를 1개 가스관으로 연결(UGSSㆍUnified Gas Supply System)하고, 기존 유럽 일변도인 천연가스 수출체계를 아태지역으로 확대하는 ‘동부가스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한국은 가장 가깝고도 확실한 수요처다.

러시아는 한국에 가스관을 대주는 대신 세계 최고 석유화학 기술을 도입해 이 지역에 석유화학단지와 LNG 액화플랜트를 건설해 달라고 요청했고, 가스공사는 폴리에틸렌ㆍ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과 LNG 액화플랜트 건설 방안을 가즈프롬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가스공사는 국내 석유화학 또는 건설기업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계획이어서 해외자원확보는 물론 우리기업의 해외진출을 연계하는 전형적인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례로 꼽히고 있다. 

2년간 타당성 조사

가스공사는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천연가스(PNG) 도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가스공사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향후 약 2년에 걸쳐 북한을 통과하는 한·러간 배관노선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타당성조사에서는 양사는 자국 영토내의 가스공급 및 기반시설을 독립적으로 설계, 건설 및 운영키로 함에 따라 각자 자국구간의 타당성조사를 수행하게 된다.

북한 통과구간 타당성조사는 양사의 합동실무회의에서 결정하고, 조사협의를 위한 대북접촉은 Gazprom 주도아래 추진하고 필요시 가스 공사가 협조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경제성이 확인될 경우, 노선 통과국간 협의 진행해 2010년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최종계약을 체결하고 2011∼2014년간 블라디보스톡·북한·우리나라를 연결하는 가스배관을 건설해 2015년부터 러시아 PNG를 도입할 예정이다.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은 한국, 러시아 및 북한의 자재, 기술, 인력 및 자본을 상호이용해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PNG 도입방안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에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동일한 규모의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LNG( Liquefied Natural Gas) 또는 CNG(Compressed Natural Gas)로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키로 했다.

석유화학단지 및 LNG 액화플랜트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러시아 리스크 극복해야


천연가스는 LNG와 압축천연가스(CNG) 형태로 들여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천연가스는 전량 이런 형태며 러시아에서 들여오려는 연간 750만톤 규모 천연가스도 축구장 2배 크기만 한 LNG선 125척이면 운송 가능한 물량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3000㎞ 이내 근거리에서는 PNG가 LNG보다 공급비용이 저렴해 가능하다면 PNG로 가스를 공급하는 게 유리하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우리나라 국경까지는 700㎞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지난해 유럽에 공급된 PNG 단가는 톤당 약 410달러고 우리나라가 들여온 LNG 단가는 톤당 499달러로 약 90달러나 비쌌다. 따라서 PNG도입이 우리에게는 유리하다. 하지만 PNG 도입 관건은 북한의 가스관 통과 허용 여부에 달려있다. 가스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도 걱정거리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PNG 방식으로 가스를 공급할 때 공급노선 결정과 배관공사 시행 책임은 모두 공급 국가에 있다”며 “북한을 통과하는 프로젝트 내용은 러시아가 사전에 북한과 협의해서 확정한 것이며, 앞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이 결정되면 한국 업체도 협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당초 동해를 통과하는 심해배관도 검토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포기했고, 중국을 통과하는 방안도 협의 실패로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안정성 문제의 경우 현재 러시아는 생산 가스 중 약 25%를 우크라이나 등 인접국을 통해 서방 국가에 공급 중이고, 냉전시대인 1976년에도 러시아가 독일에 PNG 방식으로 가스를 공급했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밸브를 잠그는 등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PNG가 정치적·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 대비해  LNG, CNG도 병행검토 할 계획이다.

만에 하나 북한 때문에 PNG 방식이 불발될 경우 가까운 거리에 LNG 인수기지가 있고 액화시 경제성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북한이 오히려 앉아서 연간 1억달러 수입을 벌어들이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과 러시아 당국자들은 수년 전부터 PNG 건설을 놓고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서캄차카 해상광구 공동개발을 무산시킨 전력이 있는 만큼 러시아 리스크도 만만찮은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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