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값 금값 시대’
산유국 꿈 이뤄줄 희망의 ‘신연금술’ CTL
‘석유 값 금값 시대’
산유국 꿈 이뤄줄 희망의 ‘신연금술’ CTL
  • 조남준 기자
  • 승인 2009.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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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향후 수급에 대한 불안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자원을 통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석탄에서 경유ㆍ휘발유를 뽑아 낼수 있는 석탄액화기술(CTL)이다. 석탄액화기술(CTL)은 한 마디로 석탄을 가스화해 합성석유를 뽑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CTL기술이 개발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는 유가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마음껏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 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술만 확보된다면 우리나라도 산유국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국·내외 CTL 기술개발 현황 및 정부정책을 살펴보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남아공 사솔사 일 15만배럴 생산 

석탄액화기술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에서 CTL 공장이 가동돼 연료를 공급한 것이 최초다. 이후 전쟁이 끝나면서 대형 유전이 발견됨에 따라 값싼 석유가 공급돼 CTL 공장의 가동은 중단된 상태다.

유일하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솔사만이 지난 1955년 CTL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해 하루 15만 배럴의 석탄 합성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남아공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CTL)을 일찌감치 개발해 자국 내 석유자급률이 28%에 이른다. 현재 사솔사는 중국과 인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술을 전수해 달라며 찾아오지만 해당 국가에 합작투자 방식만 고집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돼 중국, 미국,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석탄액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CTL 기술은 크게 석탄간접액화기술과 석탄직접액화기술로 나눠 볼 수 있다.

석탄간접액화기술은 고체연료인 석탄을 수증기 및 산소와 반응시켜 가스로 전환시키고 가스화 생성물에 포함된 불순물인 먼지 및 황화합물을 제거한 합성가스를 촉매에 의해 탄화수소 화합물로 전환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촉매로는 반응조건 및 합성가스의 종류에 따라 철 또는 코발트를 사용한다. 간접액화기술의 핵심은 합성가스를 탄화수소로 전환하는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향상된 촉매기술과 반응기술이다. 원하는 제품에 따라 촉매의 종류, 반응기 형태 및 반응조건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택도와 활성이 높은 촉매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유 촉매를 이용한 파일럿 규모의 FT(Fischer-Tropsch) 공정연구가 원유회사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석탄직접액화기술은 고온(400~470℃) 및 고압(100~300기압)에서 석탄을 분해해 용매에 녹여 분해된 석탄에 촉매와 수소를 공급해서 안정화시킨 뒤 이를 증류가 가능한 액체연료로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 공정은 열효율이 60~70%로 높은 편이며 석탄액화유는 보일러 연료 등 연소 용도로는 특별한 처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액화유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려면 정유공장에서 사용되는 고품질화 처리가 필요한데 정유공장의 원유에 액화유를 섞어 같이 처리할 수도 있다.

▲ 세계 각국의 CTL추진현황

석탄직접액화공정은 크게 싱글 스테이지(Single-stage) 공정과 투 스테이지(two-stage) 공정의 2종류로 나눠진다. 싱글 스테이지 공정은 단일 반응기에서 석탄의 용해와 수소화 분해가 같이 일어나도록 구성돼 있다. 대표적인 공정으로 독일의 Kohleoel 공정과 일본의 NEDOL 공정, 미국의 H-Coal 공정 등이 있다.

투 스테이지 공정은 2개의 반응기가 직렬로 연결돼 첫 번째 반응기에서는 석탄이 용매에 용해되고 두 번째 반응기에서는 액화유가 수소화 분해되도록 구성돼 있다. 대표적인 공정은 미국 HTI사의 CTSL 공정, 영국의 LSE 공정, 일본의 BCL 공정 등이 있다.

현재 CTL 기술을 상업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직접액화의 경우 미국의 HTI사와 간접액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사 등이다.

CTL 공장의 경제성은 석탄가격 및 초기투자비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간접액화의 경우 고열량 석탄 1톤당 2배럴의 합성석유를 제조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향후 수급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국내 석탄으로부터 액체연료를 생산, 에너지안보 확보 및 원유 수입 대체 등을 위해 미국, 중국, 필리핀, 인도, 뉴질랜드, 호주 등 많은 국가들이 CTL 사업의 타당성조사를 수행하거나 실제 계약 단계에 있다.

미국의 경우 애리조나주, 노스다코타주, 미시시피주, 와이오밍주, 오하이오주, 펜실베니아주 등 6개주에서 CTL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석유를 대체하는 합성연료의 생산량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CTL 공장이 230만 배럴/일까지 건설돼 운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일 5만~1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은 향후 25년 동안 약 46기가 설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연 3000만톤의 석탄합성 석유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4단계의 계획을 수립했다. 2010년까지 직접액화방식으로 연 100만톤, 2015년 연 1500만톤(직접액화방식 500만톤+간접액화방식 1000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1, 2단계인 2010년까지는 미국 HTI사의 직접액화방식으로 내몽고에서 합성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100만톤/년 급 공장 준공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3, 4단계에서는 Sasol사의 간접액화방식인 FT공정(하루 8만배럴 규모의 2기 타당성 조사 중)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필리핀은 미국 HTIG사에 의뢰해 일 3만배럴 규모의 직접 액화방식과 간접액화방식이 조합된 하이브리드형 CTL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수행, 28억달러가 소요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도는 연간 350만톤의 저급 석탄을 액체연료로 전환하기 위해 Coal India사와 벤처회사 설립을 협상 중이다. 뉴질랜드는 자국내 가장 큰 석탄회사인 Solid Energy New Zealand사가 6억8000만달러 규모의 CTL 사업 타당성 조사를 수행 중이며, 자국내 저급 석탄인 Lignite를 원료로 사용해 유가가 배럴당 35∼45달러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석탄합성 석유 초고유가 대안 역할

우리나라는 최소 하루 30만배럴(연 1억1000만배럴, 국내수요의 15%)의 석탄합성 석유를 확보해야 외부의 석유 공급 부족이나 초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수송연료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연료를 국내에서 제조하면 석유수입이 전면 중단돼도 공공교통수단과 군사 용도의 수송연료는 최소한 확보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석탄합성석유는 배럴당 제조원가가 50달러 이하로 무역수지 적자(유가가 60달러/배럴이면 매년 1조1000억원)를 줄일 수 있다. 또 합성석유 1일/30만배럴 공장의 국내 건설시장이 15조원에 달해 건설부양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25년간 약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국외 석탄액화 관련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석탄액화 기술은 국외 상용기술에 비해 규모면에서 매우 작다. 석탄액화 공정은 상용반응기의 경우 외국은 1일 7500∼2만배럴 규모이다. 반면 국내는 1일 평균 1배럴 이하로 해외에 비해 1만분의 1규모다.

 

국산 상용화 기술개발 시급하다 

해외 기술공급 가능업체 기술전수 소극적

차세대 석탄발전기술로 정제된 석탄가스를 이용해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이 가장 유력하다. 이 방식은 합성석유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뿐만 아니라 효율이 높고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석탄가스화발전과 석탄간접액화가 연계된 공장을 정유공장과 인접한 곳에 건립한다면 국내에서 수입탄을 사용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석탄가스화, 합성가스 정제, 합성가스 반응 촉매 및 반응기 기술이 국내 기술로 개발돼 석탄액화공장이 상용화된다면 국내 CTL 공장 건설을 통해 에너지안보 확보가 가능하고 기술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2030년까지 140~230조원으로 추정되는 CTL시장의 일부를 국내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국내 기술로는 석탄액화 공장을 건설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국산화 기술개발에 소극적이면 향후 25년 동안 국내에 건설될 최소 6기의 석탄액화 공장은 도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기술도입도 용이하지 않다. 석탄액화의 경우 기술공급이 가능한 곳이 2∼3군데에 불과하며 이들 회사는 현재 기술공급에 부정적이다. 앞으로 유가가 더 올라 석유공급까지 차질이 생기면 이들 회사에 대한 기술수요가 증폭되 국내 기술도입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석탄액화기술은 시기가 문제이지 필연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장래에 필요한 수요를 외국 기술공급원 2∼3군데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석탄액화기술 상용화에 대한 국산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련분야의 권위있는 전문가는 “현재의 낮은 국내 기술을 상용화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증시설 도입과 연구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술개발의 가속화와 상용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술개발 전과정이 약 10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국산기술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에너지 회사 등이 결과물을 이용해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플랜트 수출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사업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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