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W급 국산 태양전지 제조장비 개발
50MW급 국산 태양전지 제조장비 개발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9.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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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턴키 형태 장비로 세계시장 공략 … 2022년 수출 7조원 가능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소자생산 및 판매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면서도 정작 값비싼 주요 공정장비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다. 순이익만 따져보면 1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국내 태양전지 생산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는 모든 업체는 독일이나 미국의 제조장비를 턴키방식으로 들여온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들 기업의 장비는 OTB(네덜란드), Schmid(슈미드, 독일), 로쓰앤라우(Roth&Rau, 미국), 센트로썸(Centrotherm, 독일), AMAT(미국) 등이 공급했다. 이미 생산 중인 업체는 물론이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의 생산량을 늘리려는 기업들도 외국의 장비를 들여올 수 밖에 없다.

태양광발전의 핵심인 태양전지의 세계시장 규모는 ’07년 기준 약 6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 태양전지 제조장비를 개발할 경우 수입대체효과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국인 한국이 생산 공정이 유사한 단결정?다결정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장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제2의 성장동력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8개 중견기업 SPC 설립 “태양전지 제조장비 국산화 해내자” = 국내에서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 장비는 연구실 수준의 장비가 일부 공급된 경우는 있지만 전체 공정을 턴키 형태로 공급한 회사는 전무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철강에 박막형 태양전지 일부 장비를 공급한 바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용 플라즈마 증착장비와 식각장비를 개발 중이며, 아이피에스는 식각 장비를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 DMS는 미국에 태양전지용 텍스쳐링 및 세정장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처럼 해외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태양전지 생산업계와 성공 노하우, 해외네트워크를 갖춘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가 국산 태양전지 제조장비 개발을 위해 뭉쳤다. 디엠에스를 비롯한 로보스타, 뉴파워프라즈마, EM Tech, 브이티에스, Lux Eng., 포틱스테크놀로지 KPE 등 8개 업체가 (유)에스엔티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50MW급 양산용 결정형 고효율 인라인 턴키 장비 개발에 나섰다. 목표는 156×156㎟ 크기의 웨이퍼로 단결정 17%, 다결정 16.5%의 효율을 갖는 태양전지를 W당 1달러 이하의 제조단가로 생산하는 것이다.

3년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 정부는 205억원, 참여기업은 83억원을 투자한다. 뉴파워프라즈마는 PECVD(증착장비) 개발, 로보스타는 자동화 설비, EM Tech는 노(furnace), 브이티에스는 스크린 프린터, Lux Eng는 아이솔레이션, 포틱스테크놀로지는 검사장비, KPE는 제작과정에서 효율향상 등 공정자문을 맡고, 완성된 장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위탁기관으로는 에기연 요업기술원 성균관대 연세대 전북대가 참여한다.

▲세계적인 추세는 ‘인라인 턴키 방식’ = 태양광모듈 생산단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태양전지다 보니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은 태양광발전의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조건이다. 이에 따라 더 얇은 웨이퍼를 사용하거나 생산수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선진국은 2030년까지 22~25%의 모듈 효율, W당 1.4~2.4달러의 시스템 가격이 가능해지면 화석연료와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양전지 제조 장비는 크게 배치타입과 인라인타입, 두 가지로 나뉜다. 배치(batch) 타입은 공정이 끝날 때마다 다음 단계로 제품을 넘겨주는 이동장비가 필요한데 비해 인라인 장비는 모든 공정이 자동화 돼 있는 한 수 위 기술이다.
김동수 에스엔티 대표는 “배치 타입에 비해 인라인타입은 제품효율을 기준으로 연간 7~8%의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고속 대량생산이 가능한데다 얇은 웨이퍼를 다루기에 적합한 인라인타입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태양전지 생산에서 장비와 다루는 기술은 5:5로 대등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태양전지 생산업계도 해외 장비공급업체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기술교육을 받기도 한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유럽은 대부분 제조장비와 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턴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는 “턴키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기술, 즉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요리기구와 함께 요리법을 담은 레서피까지 주는 것”이라고 했다. 수출시 장비만 판매할 때 보다 무려 3배 이상의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에스엔티는 인라인타입의 자동화된 장비를 턴키로 공급함으로써 선진 외국업체와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2022년 세계 태양전지 장비시장 20% 점유 목표 = 이번 지경부의 8대 전략과제 선정 과정에서 (유)에스엔티가 제출한 기획보고서(기획책임자 유권종, 에기연)에 따르면 국내 태양전지 제조장비 시장은 세계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태양전지 시장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 국산 장비의 시장공략이 시작되는 2015년경에는 이 점유율의 8%, 2022년에는 약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에스엔티측은 기대하고 있다.
2013년에는 수입대체효과 720억원, 직접 고용창출효과 3만7500명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5년에 국내 예상시장 규모는 5279억원으로, 절반 정도를 국산장비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수 대표는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의 30%, 세계시장의 20% 점유율 달성이 가능하다”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수입대체 효과 1조 4000억원, 수출금액 7조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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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윤성 DMS 이사

“세계 경기침체,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인 DMS(대표 박동석)는 지난 한 해 동안 태양광 발전소 건설, 태양전지 제조장비 개발, 풍력발전사업 진출 등 새로운 성장엔진을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 찾아냈다.

’08년 초 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한데 이어 전남 영암과 강진 두 곳에 총 1MW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운영하고 있다. 국산 태양전지 제조장비 개발에도 뛰어들어 (유)에스엔티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달에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에 풍력발전기 생산공장 건설과 총 140MW 규모의 육?해상 풍력발전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18일 만난 허윤성 DMS 이사(에너지사업부문)는 “DMS는 후발주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산화에 성공, 대만시장을 석권한 저력이 있다. 성공 경험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장비시장의 특징이 있다면
▲ 장비는 사용자(operator) 입장에서는 효율이 다소 떨어져도 기존 장비를 계속 쓰길 바라는 반면 관리자(manager)들은 효율이 높고, 저가인 장비를 선호한다. ‘선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도쿄 일렉트릭 등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다.
태양광은 50년된 기술인데 국내 시장은 초기 단계다. 장비 선점이 중요하다. 

-독일, 미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세계시장을 겨냥했을 때 승산이 있나.
▲ 사실 매출실적이 이 과제 성공여부의 지표가 된다. 1, 2차년도가 지나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반도체 사업으로 해외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마케팅은 우위에 있다. 매출액의 60~70%를 수출할 것이다.
과제를 기획하면서 해외에 수요조사를 다녀왔는데 굉장히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구매의향서(LOI)를 이미 확보해뒀다.
특히 세계 경기가 불황인데 이것이 우리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증설계획을 미루게 되면 우리가 제품을 내놓는 시점에서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기술개발과제 추진을 위해 SPC가 설립됐는데.
▲제조 장비 R&D 과제는 흔치 않다. 추진 형태도 일반과제와 다르다. 특수목적법인을 세운다는 것은 기업의 의지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확신이 없다면 아예 참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100~120m나 되는 인라인장비를 만드는 데 여러 회사가 참여하는 ‘윈-윈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추진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SPC 설립 취지는 매우 좋은데 실제 운영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1년치 연구비를 4번에 걸쳐 분기별로 지급하게 되면 기업도 그 때마다 출자를 해야 한다. 매번 증자 비용만 1억 가까이 소요된다.
참여기업의 해당 인력들이 기존 회사에서 에스엔티로 소속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연구비를 (유)에스엔티에만 지급하는 등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다보니 아직까지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 부분들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 이 같은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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