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의 기후변화회의
경제위기 속의 기후변화회의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08.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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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간 CO2 감축목표 논란
폴란드·독일·이태리↓… 영국·미 캘리포니아↑
폴란드의 프로젠시에서는 지난 1일(현지시각)부터 12일간 유엔기후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발리에서 한 의결사항들이 내년 코펜하겐 회의의 합의점으로 타당한지 중간지점에서 점검하는 회의다. 187개국에서 1만696명의 대표가 참석하고 400여 NGO, 789개의 미디어가 모인 기록적인 참석인원이다. 회의장 문 앞에서는 세계야생동식물협회(WWF) 회원들이 호두를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각국 대표에게 호두를 나눠 준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딱딱한 호두같이 깨기 힘든 기후변화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는 메세지다.

지난 한달 동안 전 세계를 휩쓴 경제공황 쓰나미를 마음에 둔 이보 드 보어 (Yvo de Boer)유엔 기후변화국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경제계가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기후변화와 싸워나가야 한다는 작년 발리에서의 결의를 상기시켰다. 
▲ 폴란드 수상 도날드 터스크의 개막연설

사실상 지난 한달은 세계 각처에서 기후변화 계획 조정에 대한 논란이 빈번했다. 무엇보다도 회의 주최자 폴란드가 곤란한 입장에 있다. 전력의 93%를 석탄에서 얻는 폴란드로서는 그동안 EU에서의 ‘20·20·20 목표’의 진행을 일부 수정하거나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의 목표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20% 감축(1990년 대비),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을 20%까지 늘리는 것이다. 폴란드 외 이태리, 독일 등 다른 6개국에서도 의견을 같이한다. 실비오 버루스코니(Silvio Berluscon) 이태리의 수상도 며칠전 경제위기로 유럽연합 안에 비토할 것을 암시한 바 있다.

“회의 주관자가 초청한 손님들에게 자신은 할 수 없으나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곤란한 입장이다”라고 폴스카 콜리아 크리마즈나(Polska Koalicja Kli matyczna)라고 불리는 환경단체 회원 지그뉴 카라준(Zbigniew Karaczun)씨가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영국의 신임 에너지 및 기후변화부 장관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는 현재 2050년까지 60%의 목표를 80%로 높이겠다고 선언하고 유럽연합에게도 종래의 목표를 고수할 것을 촉구 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산화 탄소 배출에 대한 더 강한 규제와 요금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캘리포니아의 공기자원이사회에서 제안한 것이다. 이 안은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1990년 대비 25%로 감축을 목표로 업체들이 배출권을 사고 팔게 하고, 수도세를 연 1억불에서 5억불까지 올리고, 전기에너지의 33%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의무화하고 자동차의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고효율자동차를 사람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것을 포함한다.  

이 안은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바바라 박서에 의하여 제출되었는데 바바라 박서의 에너지 안은 오바마 당선자의 에너지플랜의 기초가 되어 있기도 하다. 오바마의 에너지플랜은 폴란드 포즈난에서 ‘야심찬 계획’으로 적극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오바마의 목표가 충분치 않다고 반기를 든다.

보어 의장의 회의 3일째 결과보고에서 각국의 2020년의 감축목표에서 미국은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EU는 -20%, 노르웨이는 -30%, 스웨덴은 -35%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과 같이 최고배출국이나 미국인의 1인당 배출량은 중국인의 5배가 넘는다. 열도국 43개국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섬들이 지도상에서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자살하는 동의서에 사인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라고 셀빈 하트(Selwin Hart) 바베이도 출신 코디네이터가 전했다. 이들은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적어도 40%(1990년 대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들이 가능한 목표인가. 퓨센터의 엘린 크라센(Eileen Claussen)은 오바마가 내년 코펜하겐 회의에서 구체적인 것에 사인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 경제위기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하므로 내년은 너무 짧다는 해석이다. 

옥스포드대 에너지 전문가 디어터 헬름은 교토의정서 원년 1990년부터 2012년까지의 총 감축량과 같은 기간의 항공기의 배출 증가량과 비교했다. 세계가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개발도상국이 경제 성장으로 증가하는 급진적인 에너지 소비량이 더 문제가 된다. 과학자들은 배출량의 증가가 201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펜하겐의 회의를 주최할 덴마크 수상 앤더스 라즈무센(Anders Rasmussen)은 “경제위기가 기후변화와 같은 긴박한 문제가 뒷전으로 쳐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IPCC 판초리 의장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후변화의 진행을 막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지금 포즈난에서 다루고 있는 호두는 그 껍질이 이전에 본적이 없는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 호두를 깨뜨릴 수 있을 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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