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연료사이클 시설 ‘로카쇼’를 가다
원전연료사이클 시설 ‘로카쇼’를 가다
  • 최일관 기자
  • 승인 2008.1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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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과 이뤄낸 완벽한 ‘조화’
기피대상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몫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속 ‘에너지’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3박4일간 에너지전문지 기자단은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의 원자력 및 에너지 전시시설 시찰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이번 기자단의 일본 시찰에서의 주된 목적은 일본의 원자력 정책과 방사성폐기물 관리 현황 등을 파악하고 에너지 관련 전시시설 등에 대해 현장을 찾아보고 국내의 그것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는 것이다. 원자력과 함께 흥망성쇠를 함께한 일본 현재의 원자력 관련 시설과 일상생활로 뿌리 깊게 자리잡은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에너지관련 전시시설에 대해 알아본다.

▲ 1. 요코하마 항구의 야경2. 아오모리에 위치한 에너지전시관 입구 전경3. 외부로 드러나 있는 폐기물저장시설4.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의 공연 모습 5. 고준위폐기물 저장시설(빨간색 원형 뚜껑이 캐니스터를 수직으로 넣어놓은 저장 시설)6. 잘 꾸며진 동경전력관의 전시 시설

지난달 18일 이른 아침 쌀쌀한 바람을 가르며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여의 비행끝에 아오모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아오모리현,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중 사과 마 마늘 오징어 유채꽃 등은 일본국내에서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여행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사과는 일본열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특산물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지역 향토 특산품을 판매하는 아오모리현 미사와시 소재의 아소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마트 분위기의 건물인 아소팜은 과연 이곳에 에너지전시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다지 큰 규모의 건물은 아니었다. 이에더해 2층에 전시관이 있다는데도 한눈에 어디가 전시관인지도 찾기가 어려워 물어물어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관의 첫 느낌은 작고 국내 전시관보다 전시수준이 떨어져 보였으나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수록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전시관을 찾는 방문객은 최고 피크철인 8월에는 하루에 무려 1500여명이 찾는다고 한다. 또 평상시에는 500여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관광객을 제외하고서라도 이런 작은 마을에서 에너지에 대한 대단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자녀들과 함께 전시관을 찾은 한 주부는 이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방문을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이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에너지 교육은 무리가 있어 찾을 때마다 조금씩 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

전시관 관계자인 카와무라씨는 “이 전시관에서는 석탄과 석유 등이 어떻게 에너지로 활용되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영상물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꾸며져 있다”며 “이러한 작은 전시관이 일본 곳곳에 포진돼 있어 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동북전력과 동경전력, 전원개발(주) 등에서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전시관에서는 ‘Captain GEO’라는 만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규모나 시설에서는 우리나라 전시관보다는 초라했으나 작은 전시관들을 언제 어디서든 일상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우리와는 달랐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시관은 대부분 발전소 주변 등 외지에 위치하고 있어 아무래도 일본보다는 쉽게 방문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음날 기자단이 방문한 곳은 로카쇼의 저준위폐기물 처분장과 고준위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다.

이곳은 동경에서 726km 떨어진 로카쇼 지역에 740ha 규모의 시설로 지난 92년부터 현재까지 20만 드럼이 저장돼있다. 일본은 1년에 1000톤의 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는데 재처리를 통해 연간 8톤의 플루토늄을 회수하고 있다.

로카쇼에 폐기물시설이 들어선 이유는 넓은 부지와 단단한 암반층, 또 항구시설이 갖춰져 있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입지였기 때문이다.
폐기물 매설장은 1호기와 2호기로 나눠져 1호기에는 액체성분을, 2호기에는 금속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폐기물의 저장은 지하 12m에 철근 콘크리트 형태로 20만개가 채워지면 매립하고 있다. 5000개 들이 상자가 연간 3~4개가 생산되고 있으며 300만 드럼 용량으로 향후 100년이 넘게 사용할 수 있다.
처분장 시설은 거의 폐기물을 방목 하다시피 외부로 노출이 돼 있었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안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다음으로 방문한 고준위폐기물 저장관리센터는 고준위폐기물을 저장탱크에 보관하는 시설인데 이곳은 프랑스와 일본이 기술을 합작, 지난 9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해외에서 재처리돼 일본으로 들여오는 시스템으로 회수연료 물질과 폐기물의 일시보관을 주요 업무로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과정은 열과 방사능 때문에 안정된 유리물질과 혼합한 후 스테인레스로 된 캐니스터에 봉입해 장기간의 저장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처분하게 된다. 현재 저장용량은 1440캐니스터로 향후 2880캐니스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일본은 예전부터 재처리(재순환) 정책을 채택해 사용후핵연료 습식 재처리와 MOX(혼합산화물) 핵연료 개발, 고속로 연구 등 핵연료주기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또한 재이용 연구개발과 병행해 재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고준위방폐물을 심지층에 처분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아 처분 연구를 추진해 오고 있으며 지난 2000년 10월에는 고준위폐기물 처분사업 전담기구인 NUMO(Nuclear Waste Management Organization of Japan)를 발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고준위폐기물 시설은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태이나 일본은 일찌감치 원자력의 안전성과 재사용을 추진해 아직까지는 고준위폐기물 중간저장 시설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보다는 확실히 앞선 실정을 볼 수 있었다.

이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주)일본원연의 아카사카 홍보부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 등 지식을 제고하는 것이다”라며 “우리도 20여년 전에는 원자력시설이라하면 기피대상이었지만 꾸준한 활동을 통해 현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지난 20여년간 단 한번의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완벽한 안전성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3일째 방문한 곳은 동경전력관이다 일본의 전력회사인 동경전력이 지난 1984년 설립한 이곳은 일본의 수도인 동경, 그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하나인(일본은 잘 몰라도 한번쯤을 들어 봤을 만한) 시부야지역에 위치해 있다.

동경전력은 동경전력관 외에도 소위 잘나간다는 동경시내 긴자와 아사쿠사지역에 대규모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9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동경전력관은 원자력, 화력 등에 대한 에너지원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5층과 미래의 전기상을 내다볼 수 있는 4층, 특히 여성 전용 층인 3층은 인기가 많다.

동경전력관은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관람객 대상이 아닌 관람객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저명한 과학자나 문화계 인사를 초청해 과학세미나와 문화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방학기간에는 공작 및 과학교실을 운영한다.

아울러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교실은 일주일에 2회 정도 열리는데 참가자가 조기 마감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동경전력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10만8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개관이후 매년 평균 45만명이 찾았다는 말인데 국내 전기박물관 관람객수가 연간 6만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와따나데 동경전력관 관장은 “전시관의 목적, 주 홍보대상자, 홍보방법을 철저히 세우고 흥미 있는 이벤트를 기획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올 3월 리노베이션공사를 완료한 동경전력관은 로카쇼 원전연료재처리시설 가동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재처리와 관련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언론사의 취재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저녁 일본 최초의 항구인 요코하마로 이동한 기자단은 요코하마의 항구에서 여행을 떠나는 초대형 크루즈호의 모습, 현존하는 승강기 중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랜드마크 플라자의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일본의 야경을 보며 지난 3일간의 취재일정을 떠올렸다.

방문 마지막날 오전, 미래 과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본과학미래관을 관람했다
일본과학미래관은 21세기 신지식을 인간에게 직접 연결해준다는 모토로 지난 2001년 7월 문을 열었다.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설립된 일본과학미래관은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1, 3, 5층에 상설전시관을 운영 중이며 6층은 영화관, 7층은 각종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다양하고 거대한 규모,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물 때문인지 이곳은 연일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날도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방문해 신기한 과학의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면서 미래의 꿈을 키웠다.

이날 과학미래관에서는 현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인간과 흡사하다는 혼다의 ‘아시모(ASIMO)’의 공연을 보고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온도계, 나사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미래 자기부상열차 등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보냈다.

일본과학미래관에서 50여명에 달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갖는 각종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학미래관의 방문객은 연간 8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오후 5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일본방문을 통해 기자는 우리보다는 한참 앞서 있는 일본의 연료 재처리시설은 물론 생활속으로 파고드는 에너지체험에 대한 일본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시설 방문이 연례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일본의 저변에 깔린 인프라 구축이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어느것이든 검소함으로 무장된 일본인들은 이같이 어릴때부터 에너지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면서 성인이 돼서도 자연스레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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